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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445년만에 야간개방…일반인도 알묘”

장재선 기자 | 2020-08-03 15:12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 김병일 서원장

“재계강독도 일반인 첫 공개
선현 본받기 많을수록 좋아”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 경제통
2008년부터 퇴계 알리기 전념


“도산서원 445년 역사상 처음으로 야간 개방을 했습니다. 일반인들도 성현에게 예를 드리는 알묘(謁廟)에 참여하고, 재계 강독(齋戒 講讀)을 지켜볼 수도 있도록 했습니다. 서원이 시대에 맞게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는 차원입니다.”

김병일(75·사진) 도산서원장은 3일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경북 안동 도산서원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일반 관람객들의 야간 입장을 허용한다. 이는 ‘2020 세계유산축전-한국의 서원’ 행사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1일에 이어 8일엔 원내에서 음악회가 열립니다. 서원을 창건한 퇴계 이황 선생이 지은 ‘도산십이곡’을 각종 음악 장르로 만든 곡들을 연주합니다.”

4일에는 향알(香謁)을 진행한다. 향알은 서원에 모신 선현의 위패에 인사를 드리는 알묘의 일종으로, 음력 1일과 15일에 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원이 현재는 하지 않고 있으나, 도산서원은 창건 이후 지금까지 전통을 잇고 있다. 이렇게 엄격히 전통을 지키면서도 2002년엔 남성 선비들만 행했던 알묘를 서원 산하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수련하는 여성들에게도 허용하는 유연함을 발휘했다.

“올해부터는 수련생이 아닌 일반 관람객도 알묘를 신청하면 기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선현의 학행과 덕행을 본받자는 것이니 많은 분이 참여할수록 좋지요.”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이 일상 속에서 부인과 제자들을 존중하고, 노비들에게도 인격적 대우를 하기 위해 애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분제 사회 속에서도 인간 존중 정신을 실천했던 것이 오늘날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도산서원은 3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재계 강독을 일반인들에게 최초 공개한다. 재계 강독은 향알 전날 야간에 서원 유사(有司·관계자)들이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는 취지로 퇴계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논하는 자리다.

“본래는 방에서 하는데, 이번엔 야간 개방에 맞춰서 관람객이 지켜볼 수 있도록 전교당 강당에서 진행합니다.”

김 원장은 퇴계 선생이 서원을 세운 것은, 출세 지향적이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배우는 학문 도량을 꿈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격을 닦아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게 서원의 본질입니다. 벼슬을 얻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네스코가 우리나라 서원을 인정한 것은, 21세기 오늘날의 세계에도 그 가치가 계승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김 원장은 지난 2008년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추대를 받아들인 후 퇴계 정신을 알리는 일에 전념해왔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그의 경제통 경륜을 높이 사겠다며 영입 제안을 하는 곳이 많았으나, 그는 이곳을 택했다. 2015년부터는 서원 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퇴계 선생을 알면 알수록 그 인격과 학문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 향기를 전하는 일에 힘쓸 것입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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