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포럼]

간첩 천국 조장할 對共 수사-정보 분리

기사입력 | 2020-07-31 14:50

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 대학원장

29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체제가 출범했다. 박 원장의 지명 발표 후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박 원장이 서면답변에서 북한의 주적 여부와 천안함 폭침에 대해 명쾌하게 답변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30일 발표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회의 결과와 박 원장의 취임사 내용 때문이다. 당·정·청이 합의한 국정원 개혁안에는 ① 대외안보정보원으로의 명칭 변경 ② 국내정보 수집기능 삭제 ③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④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의 통제 강화 ⑤ 국정원 감찰실 직의 대외 개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개혁안은 2017년 11월 및 올해 2월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밀려 폐기된 두 개혁안과 비슷하다. 그리고 세 가지 개혁안이 모두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 국정원을 무력화할 독소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먼저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와 대공수사 기능 경찰 이관 문제를 살펴보자.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폐지될 경우 간첩 천국이 되기 쉽다. 간첩수사를 위해 필수적인 국내정보와 국외정보의 통합, 정보와 수사의 유기적 결합이 불가능해지는 데다 국정원이 60여 년간 축적해온 정보, 파일, 인력, 활동기법을 활용할 수가 없다. 더욱이 경찰은 해외조직이 없고 외국에서의 정보·수사 활동이 불법화돼 있다. 박 원장은 국정원과 경찰이 협조하면 잘될 것이라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고유 업무도 벅찬데 국정원 요원이 경찰 업무를 위해 헌신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국회 정보위원회와 감사원을 통한 통제 강화도 국정원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통제가 많을 경우 보안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창의적이고 과감한 사업 추진이 위축된다. 세계에서 의회의 정보기관 통제 제도를 가진 나라가 매우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원 감찰실 직의 대외개방은 더욱 위험하다. 감찰실은 국정원 전체, 특히 민감한 업무에 가장 깊이 관여하는 부서인데 외부 한시직 직원들이 근무할 경우 보안누출 가능성이 높아 공작원·협조자의 채용과 외국과의 정보협력이 어려워진다. ‘정보기관은 보안이 생명’이라는 말도 이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 이런 개혁안을 선뜻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정보기관을 제대로 운영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흑역사 청산 개혁으로 ‘대통령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대공수사권 이관도 흑역사 때문이라 했는데 지난 20년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가 문제가 된 것은 2013년 유우성 사건 단 한 건뿐이며, 이 사건도 ‘간첩조작’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국정원의 흑역사를 청산한다면서 이근안 사건, 박종철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최근 탈북여성 성폭행 사건 등 찬란한 흑역사를 가진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이 올바른 흑역사 청산인지 모르겠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데 매진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국정원법 어디에도 그 일이 국정원 임무라는 규정이 없다. 국정원 임무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보적 지원’에 그쳐야 한다. 정치개입 금지에 주력하겠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정권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각 정파 세력에 연(緣)을 가진 직원이 많아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원장만 조심하면 된다. 서훈 전 원장을 잘 연구하기를 권하고 싶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서 원장 때 왜 수사권 이전이 안됐고, 왜 대북특사 단장을 맡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