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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유연화 없는 뉴딜은 신기루

기사입력 | 2020-07-31 14:49

양준모 연세대 교수 · 경제학

최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민연금 가입이 확인된 49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용상황이 보도됐다. 유통, 건설, 식음료 업종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개월간 1만1880명 이상의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용만 악화시킨 게 아니라 대기업의 고용에도 큰 타격을 줬다. 고용은 경기 후행적 성격이 강하다. 기업 사정이 개선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고용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 6월과 비교해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5만2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17만3000명 감소하고, 임시 및 일용 근로자 수가 49만4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중 일시휴직자 수는 36만 명이 늘었다. 실업자 수는 122만8000명으로 9만1000명 증가했다.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도 229만6000명으로 28만9000명 늘었다. 수백만 명이 휴직했거나, 쉬거나 실직했다. 도대체 정부는 무슨 일을 했는가.

2017년 5월 24일 청와대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다. 일자리를 늘린다며 11조 원 규모 추경을 했다. 일자리 예산으로 2018년 19조2000억 원, 2019년 21조2000억 원, 2020년에는 25조8000억 원을 책정했다. 매년 경제를 살린다며 추경을 일상화했다. 해가 갈수록 경제가 침체하고 일자리 상황은 악화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일자리 예산의 3분의 1은 실업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데 썼다. 나머지도 저임금 일거리 만드는 일이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일에 사용됐다. 더욱이 14조3000억 원의 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으나 효과도 없이 소고기값만 올렸다. 일자리 예산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을 더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에는 실업자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로 마련한 계획은 한국판 뉴딜이다. 2025년까지 국비 114조 원을 포함, 총 160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약 190만 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과연 한국판 뉴딜이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한국판 뉴딜이라는 정책 구호가 잘못됐다. 우리나라에서 뉴딜이 성공한 정책으로 알려졌을지는 몰라도 미국에서 뉴딜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1938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뉴딜은 정책적으로 성공했다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례다.

‘그린 뉴딜’은 에너지 비용을 상승시켜 오히려 일자리는 사라진다. ‘디지털 뉴딜’은 기업의 수요나 정책효과와 관계없이 정부 중심의 일방적 사업이다. ‘데이터 댐’도 단기 일자리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공공정보는 오픈 API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상식이다.

안전망 강화 사업의 추진 체계도 잘못됐다. 계획에 따르면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최대 30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런 정책으로 재정만 고갈하고 실업은 장기화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이 악화한 상황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기업의 고용도 악화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용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치보다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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