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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싹쓰리’의 싹쓸이 우려한다

김인구 기자 | 2020-07-31 14:47

김인구 문화부 차장

유두래곤(유재석)·린다G(이효리)·비룡(비)으로 구성된 혼성그룹 ‘싹쓰리(SSAK3)’의 열풍이 거세다.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이들의 노래가 공개되자마자 주요 음원 사이트를 휩쓸고 있다. 18일 발표한 타이틀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31일 현재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의 실시간 인기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5일 발표한 두 번째 곡 ‘그 여름을 틀어줘’는 2위권이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성과에 버금간다.

하지만 싹쓰리의 눈부신 성공은 여러모로 가요계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영리한 기획으로 탄생한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한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한물간 줄 알았던 비가 ‘1일 1깡’에 이어 비룡으로 부활하고, 제주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소길댁’ 이효리가 화려하게 변신하며, 방송인 유재석이 비전공 분야인 노래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건 도무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과연 싹쓰리의 성공이 오로지 땀과 재능으로 이룩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놀면 뭐하니?’에서 부(副)캐릭터를 작명하고 그룹을 만드는 것부터 보여주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을까.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가 제작되는 과정을 시시콜콜 중계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결국 ‘방송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가요계는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아이돌에 편중된 음악 생태계를 비판했고,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차트 순위 집계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싹쓰리의 ‘쏠림’에는 관대했다. 싹쓰리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나머지 대다수 가요 관계자는 신음하고 있다. 무엇을 내놓아도 방송이 밀어주고 끌어주는 싹쓰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요즘 국내 가요 시장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이다. 코로나19로 사실상 콘서트나 개별 행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가수들이 설 무대 자체가 사라졌다. 일부에서 ‘언택트(Untact·비대면)’ 콘서트 등으로 활로를 개척했으나 중소 기획사의 가수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렵사리 준비했던 몇몇 오프라인 콘서트는 개최 직전에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아이돌 그룹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모든 국내외 공연이 취소되면서 올 상반기 수익이 제로다. 이대로라면 버티기가 어렵다. 이미 몇몇 그룹은 해산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가요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SM엔터테인먼트 등 8개 기획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절실한 중소 기획사가 배제됐고, 내용은 덕담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영화업계가 ‘반도’ 등의 흥행으로 박스오피스를 회복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띄어 앉기를 실시하며 관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 덕분이다. 하지만 가요계는 콘서트 참석을 위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공연 허가도 지자체에 따라 제각각이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문체부도, 지자체도 업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니면 ‘방탄소년단 할아버지’가 와도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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