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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原電 없애면서 北核엔 침묵하나

기사입력 | 2020-07-31 14:43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 前 駐폴란드 대사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너지전환)을 성급히 밀어붙이면서 많은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 세계 굴지의 원전기업인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이 휘청거린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크나큰 고통을 겪는다. 앞길이 막힌 젊은 원자력 공학도들이 절망한다. 탈원전은 에너지와 환경은 물론, 산업과 노동, 원자력안전과 국가안보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5년 단임 정권이 서둘러 대못질할 사안이 아니다. 자원빈국인 한국의 원자력산업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특히 중요하다. 탈원전에 대해 많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 정권은 오불관언이다. 이런 와중에 월성원전을 지켜낸 지역주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젠 국민이 직접 나서서 원전을 지켜야 할 상황이다.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며, 이 에너지는 핵무기 제조에도 이용된다. 로켓 기술처럼 전형적인 이중용도 성격을 가진 핵(원자력)에너지 기술은 평화적 또는 군사적 목적에 모두 쓰인다. 전력생산은 평화적 이용의 대표적 실례다. 반면에, 군사적 이용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거다. 국제사회는 핵에너지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轉用)되지 못하도록 핵비확산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규범이 50년 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NPT 2조는 조약 당사국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NPT 4조 규정대로 ‘불가양(不可讓)의 권리’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한 덕분에 상당 기간 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비밀 핵개발 활동이 발각되자 2003년 1월 NPT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다. 전형적인 ‘먹튀’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어 북한은 안보리의 반복적 경고를 무시하고,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한다. 북한이 10개에 달하는 최다(最多) 안보리 제재를 받는 이유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이 동원됐지만, 북한 정권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핵에너지와 관련해 현재 한반도에서는 기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탈원전에 집착하고, 북한은 핵무기에 집착한다. 우리 원전은 NPT상 적법한 ‘평화핵’이니, 북한의 불법적인 ‘군사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즘 북한은 한국을 맘대로 갖고 논다. 북한이 우리를 겁박하며 능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핵무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 도발 기록에 비춰,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하지 말란 법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북핵의 촉진자도 중개자도 아닌, 직접 당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가 북핵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현 정부는 마치 남의 일처럼 대한다. ‘북핵은 곧 한민족 핵(즉, Korean bomb)’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제로(zero) 원자력’이라도 좋다는 것으로 읽힌다. 멀쩡한 원전은 없애면서 왜 북핵에는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만큼, 탈원전의 후유증은 더욱 심각하다. 한번 폐기된 기술은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 중단없는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을 위해 정책적 배려와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터득한 원전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원전의 폐기는 원자력 기술의 폐기를 의미한다. 기술력이 곧 국력이니, 원자력 기술 포기는 국익 포기와 같다. 요즘처럼 동북아 지역의 안보환경이 요동칠수록, 원자력 기술은 로켓 기술과 함께 우리의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엄중한 함의를 갖는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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