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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부 차장

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권 공략이 거세다. 금융산업 전체에서 여전히 이들의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 중인 가입자 기반을 고려하면 금융권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실력도 보여줬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금융투자업, 보험업 등으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대우와의 협업을 통해 CMA 상품 ‘네이버 통장’을 최근 선보였다.

금융회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대다수인 핀테크에 혜택을 주는 것은 이해한다고 쳐도 빅테크에까지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순식간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사실 이러한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이 준비 중인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는 자동차보험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이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인데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높은 참여 수수료를 내야 하고 네이버에 일방적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빅테크의 기존 산업 영역 파괴와 전통 산업 위축 현상은 금융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통,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이 같은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빅테크의 진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열풍과 함께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는 빠르게 회복됐는데 이는 전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덕분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주가 상승은 독보적이다. 빅테크들의 영역 파괴는 성공적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고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도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 빅테크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수이기도 하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구글 같은 ‘똑똑한’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 빅테크는 경제적 관점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경쟁시장이 빅테크의 독점 지배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규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복잡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마트’하게 규제해야 한다. 정체돼 있는 기존 금융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빅테크를 활용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기존 금융회사들이 역차별받지 말아야 하는 점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엄정한 심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해외 빅테크와 국내 빅테크 간 규제 형평성도 지켜져야 한다. 규제 편의성으로 인해 국내 빅테크들이 역차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역 파괴적 기술회사 육성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동시에 빅테크로 인한 각종 폐해, 소비자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하는, 좁은 지혜의 오솔길을 찾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