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 29일 개봉
6·25전쟁 이후 70년, 미·소 냉전 종식 이후 30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긴장과 갈등에 싸여 있다. 2018년 기적 같은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세계 평화가 성큼 다가오는 듯했으나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평화는 다시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만큼 남북문제는 풀기 어려운 주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파고든 ‘강철비2: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은 꽤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것 같다. 다루기 껄끄럽고 복잡한 현실 정치를 설득력 있게 반영하고, 엄중한 스토리에 코미디를 섞어 지루함을 경계했으며,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잠수함 액션으로 스릴과 재미를 줬다. 좀비 액션 ‘반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면, ‘강철비2’는 ‘반도’의 바통을 이어받아 박스오피스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1편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다뤘던 ‘강철비’(2017)에 이어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의 내부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그린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세 정상이 북한 원산에 모인다. 그러나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이 비핵화에 반대하며 쿠데타를 일으키고 세 정상을 납치해 핵잠수함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세 정상이 부딪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비밀이 밝혀지고, 미국이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다. 과연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줄거리에서 보이듯 현실의 정치·외교적 상황이 상당 부분 영화에 반영돼 있다. 세 정상의 회담 결렬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연상시킨다. 남북미 정상의 모습도 어딘가 현실 지도자들과 닮아 있다.
정우성, 유연석, 곽도원, 앵거스 맥페이든 등 배우들이 정치적 리얼리티와 판타지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며 제 몫을 다했다. 그중에서도 유연석은 단연코 최고다. 올 상반기 화제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소아외과 교수 안정원을 연기했던 그는 올백 헤어스타일에 인민복을 차려입고 180도 변신했다. 이번엔 능숙한 북한 사투리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다.
정우성은 헌신적인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맡았다. ‘강철비’에서 북한 요원이었던 그는 훨씬 세련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 나섰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를 연기한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맥페이든도 이야기의 한 축을 맡아 긴장감 있게, 때론 코믹하게 영화를 이끌었다. 곽도원은 쿠데타의 주동자로 1 대 3의 대립구도였지만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북한 잠수함 부함장 역의 신정근은 세 정상의 조력자로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나타냈다.
잠수함의 기동과 공격을 바탕으로 한 ‘서브마린’ 액션은 영화 후반부의 백미다. 능동소나(음파 레이더), 기만 어뢰, 폭뢰 등 실제 잠수함전에 사용되는 장치들이 사실감과 스릴을 높였다. 시각과 청각을 세밀하게 표현해 수중 밀실의 공포를 잘 드러냈다. 잠수함 액션의 고전 ‘특전 U보트’(1981), ‘붉은 10월’(1990), ‘U-571’(2000) 등에 견줄 만했다. 잠수함 세트에는 20억 원이 투입됐다.
그렇다고 영화가 시종일관 엄숙했다면 다소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서 양우석 감독은 코미디를 버무려 지루함을 덜어냈다. 남북미 정상들이 잠수함 함장실에 갇혔을 때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통해 웃음을 줬다. 통역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도 재치 있다.
다만, 본격 액션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정치적 역학관계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평소 남북 및 미·중·일·러의 외교적 이해관계, 미·중의 패권 다툼을 관심 있게 봐온 관객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전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비핵화, 한국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 북한 정권의 내부 붕괴, 남북한 전쟁 등이다. 물론 평화적 비핵화가 최우선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한국이 평화협정의 주체로 직접 나서지 못하고, 북한 정치 현황이 불안정하며,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에서 다른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영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15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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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 ‘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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