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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북한학과 겸임교수

한·미 훈련 연기 제기는 부적절
평창 이후 軍훈련 제대로 못 해
전작권 검증 ‘된다 치고’式 평가

‘했다 치고’식 부실 결정 가능성
北韓만 이롭게 할 졸속 전환 우려
대한민국 생존 위해선 再考해야

“올해 여름 한·미 연합훈련 연기됐으면 좋겠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 때문에 다시 한·미 동맹과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마침 미국 국방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의견을 백악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의견을 부인했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의 요인으로 인해 미국 측의 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내비친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참으로 부적절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급속도로 해빙 무드에 진입했다.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우리 정부의 계속된 반대로 인해 그로부터 2년 이상을 제대로 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2년 이상을 실전적인 훈련과 전쟁 시나리오를 적용한 작전 계획상의 전쟁 지휘를 못 해 본 한·미 연합군은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군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군은 물론 미군도 순환 보직 원칙에 따라 최대 2년 이상을 한 보직에 근무하는 예는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합참은 물론 한미연합사의 모든 장군·장교 중 최신 시나리오에 따라 전면전 훈련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대체해 실시한 한·미 연합 훈련도 실기동 훈련은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만 했다. 그나마도 전쟁의 핵심이랄 수 있는 반격훈련은 하지 않았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이 남침한 상황의 방어훈련만 하고 휴전선을 넘어서 북진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전쟁의 지휘자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모친상을 당해 미국으로 휴가를 가고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렇게 사령관도 없이 반격도 하지 않고, ‘된다 치고’가 난무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며칠 해 보고, 전작권 수행 능력 검증 첫 단계인 IOC(기본운용능력) 검증평가를 패스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한국군이 미군을 지휘해서 북한을 물리치고 한반도 전토 통일을 완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는지 의문이다.

전작권은 3단계에 걸쳐 평가하게 된다. 1단계 IOC 검증평가와 2단계 FOC(완전운용능력) 검증평가, 3단계 FMC(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평가로 나뉜다. 문재인 정부는 2단계를 2020년에 클리어하고, 3단계를 2021년에 통과해 임기 마치기 전인 2022년에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출범 초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1단계를 제대로 훈련해 보지도 않고 어물쩍 통과한 학습효과는 2단계에 즈음해서도 또 고개를 든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북한에 대한 군사능력을 ‘된다 치고’ ‘했다 치고’ ‘있다 치고’로 결정해선 안 된다. 이번 훈련은 방어에서부터 반격 후 통일까지 완전한 시나리오를 실기동훈련도 포함해 확실하게 수행해 보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또, 이 평가가 밀실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야당이 추천하는 검증위원이 참여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연합군 지휘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갖춰졌지 여부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크게 3가지다.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국지 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대량 양산하며 ‘서울 불바다’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서 첫 번째 조건 성립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된 정찰 자산과 군단급 벙커의 전자기(EMP)탄 방호능력조차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군사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변칙 비행을 하는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요격할 능력이 없으면서 세 번째 조건을 완수했다고 할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담보한다. 국회는 조건을 확실히 충족했는지, 검증 절차는 공정하게 수행했는지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감시해야 한다. 또한, 정부 고위 인사는 더는 동맹을 흔들고, 결과적으로 북한만을 이롭게 하는 발언을 통해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