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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중산층 인식 급감 추세로 반전
고용·집값 정책 실패로 가속화
‘상위 10% 노조’ 특권 더 강화

중산층 붕괴 땐 극우·극좌 확산
좌파 선동에 우파는 속수무책
디지털시대 新중산층 정책 절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의식·가치관 조사를 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지나지 않고, 10명 중 6명은 중산층 이하로 생각한다. 2013년 조사보다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9.3%포인트 줄어든 반면, 중산층 이하로 인식하는 비율은 8.9%P 늘었다. 중산층 이하 인식 비율은 2013∼2016년 2.2%P 늘다가 2016∼2019년 6.7%P 급증했다.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를 보면 본인보다 자식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한다는 국민은 10명 중 3명 이하로 2013년보다 10%P 이상 줄었다.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비율은 늘어 2019년에 60%를 넘었고, 향후 늘려야 할 복지로 60세 이상을 제외하곤 고용(취업) 지원 서비스를 꼽았다.

통계대로, 문재인 정권 등장 이후 중산층 붕괴가 빨라졌다. 2019년 말 매일경제신문 조사를 보면 전문가 4명 중 3명은 그 원인으로 정책 실패를 꼽았고, 청년 실업과 집값 급등 등을 지적했다. 2020년 현재 중산층 붕괴는 더 심해졌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주도성장에도 버텼던 자영업이 문 닫고, 청년체감실업률은 26% 이상으로 치솟았으며,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은 물론 전·월세도 올랐다. 앞으로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중산층으로 인식하는데, 박탈감을 키운 불공정한 정책은 기회의 평등도 무너졌다는 인식을 키웠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 행운을 잡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직고용 정규직 전환, 강남 집을 고수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의 위선이 그랬다.

중산층은 빠르게 무너졌으나 여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후 중산층 정책은 더 후퇴하고 있다. 일자리가 상위 10%인 대기업·공공부문 조합원과 중하위층 90%로 양극화됐는데도 정부는 개선하긴커녕 노조 3법을 개정해 노조의 특권을 강화하려 한다. 중산층 붕괴가 방치되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위기에 빠진다. 중산층이 격감한 유럽은 지금 극우와 극좌 정당 출현으로 혼란스러운데 이런 일은 그전에도 있었다. 공산주의가 설치고 중산층이 불안에 떨자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중산층을 보호한다며 파시즘을 정당화했고, 중산층은 공포정치에 눌려 자유를 포기해 2차 대전이 발발했다.

지금 좌파 포퓰리즘 광풍이 나라를 휩쓸고 좌우 대립이 정치를 삼키고 있다. 문 정권은 불평등을 부풀리며 무상복지로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행세했고, 정권에 밉보인 대기업·검찰·언론 등은 부패 세력으로 몰았다. 그러나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었고 중산층의 삶과 자녀의 미래는 더 후퇴했다. 문 정권은 이를 부정하고 중산층 붕괴를 일부라도 인정해야 한다면 지난 정권에 탓을 돌리거나 부패 세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선동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파는 속수무책이다. 중산층 붕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세계적인 학자와 국제기구가 극찬한 우파중산층 정책의 성공 경험도 잊어버린 듯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초기부터 중산층 정책을 공식화했다. 수출·제조업 중심의 성장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 연계 직업교육, 재산 형성과 내 집 장만, 의료 및 사회보장 등으로 중산층 정책을 명확히 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과 스웨덴 등 북부 유럽은 우리처럼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이 감소했으나, 우리와 달리 중산층 인식 비율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유도 과거에 우리가 했던 중산층 우선 정책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정부의 성과가 좋은데도 신뢰가 낮다며 수수께끼라고 했다. 좌파는 경제성장과 중산층 정책을 거칠게 폄하하며 복지를 내세웠고, 우파는 방관하면서 중산층 정책의 성공 경험도 국민과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강화에 좌우가 없다. 중산층이 붕괴하면 나라가 무너진다. 좌파는 기업을 억누르며 보편적 무상복지에 매달리다 중산층 감소로 몰락한 유럽 좌파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구(舊)중산층과 교육 수준이 높은 신(新)중산층의 가치관은 다르다. 우파는 열심히만 하면 성공한다는 구중산층의 산업화시대 가치관으로 디지털시대에 대응할 수 없고, 다양성에 관심이 큰 신중산층의 가치관을 수용해야 집권할 수 있다. 이를 무시하면 ‘강남좌파’라는 말대로 중산층의 좌파화가 굳어진다. 우파는 중산층 붕괴의 방치 책임을 인식하고 미래를 걸면서 디지털시대의 중산층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