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낸 A4 용지 3장으로 이뤄진 수사지휘서.

“특임검사 준하는 독립성 보장”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힘실어

與·법무장관·지검장 등 가세
尹총장에 노골적 사퇴 압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전격적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공개적인 불신임 절차를 밟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결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만큼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충돌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에 앞서 바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회의에서 이번 항명 사태에 대해 “(윤 총장을)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려우면 결단할 때 결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결단’은 결국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행사를 예고한 셈이다. 실제 이날 오전 법무부는 장관 명의로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해 지휘권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추 장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사실상 항명에 들어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면서 윤 총장에 대한 퇴진 압박이 그야말로 절정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부장검사는 “사실상 윤 총장이 이제는 물러나라는 뜻을 정권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권과 법무부 장관,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모두 가담해 윤 총장을 향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 들어간 가운데 추 장관이 말한 ‘결단’의 의미를 두고 지휘권 발동에 이어 윤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는 만큼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 장관에 대해 ‘추키호테(추미애+돈키호테)’라는 평가도 있는 만큼 극단적 조치에 관한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곧 단행될 대규모 검찰 하반기 인사 조치로 윤 총장을 사실상 끝장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며 “이미 검찰 조직 자체적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윤 총장을 비롯한 대검 등의 상급자에게 사건 지휘를 받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을 사실상 박탈한 셈이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