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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기자의 여행]

한송이, 한송이, 파스텔빛 부케… 오늘 피어난 당신도 ‘절정’이다

박경일 기자 | 2020-07-02 10:57

지난달 25일 문을 연 경남 고성의 ‘그레이스 정원’. 짙고 깊은 숲에다 각양각색의 수국을 대표 식물로 조성한 근사한 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정원 산책로에 파란 산수국 꽃이 만개했다.  산책로 한쪽에다 작은 연못과 수로를 조성해 걷는 내내 물소리가 따라오는 길이다. 경남 고성 일대의 수국꽃은 지금 개화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경남 고성의 ‘그레이스 정원’. 짙고 깊은 숲에다 각양각색의 수국을 대표 식물로 조성한 근사한 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정원 산책로에 파란 산수국 꽃이 만개했다. 산책로 한쪽에다 작은 연못과 수로를 조성해 걷는 내내 물소리가 따라오는 길이다. 경남 고성 일대의 수국꽃은 지금 개화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 수국 가득한 경남 고성

장마때 활짝 피는 ‘수국’ 올해 가장 뜨는 꽃
토질 따라 천차만별 색깔… 파스텔톤 원색에 ‘포토제닉’

‘그레이스 정원’ 59만여㎡에 빛의 팔레트 펼쳐놓은듯
과장도 꾸밈도 없는 간결한 숲에서 위안 얻어

30년 가꾼 농원 ‘만화방초’엔 200여종 흐드러져
편백나무·계곡·작은 연못까지 다채로운 공간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을 전해 주는 것이 몇 가지나 될까요. 그중 하나가 ‘꽃’입니다. 한 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에 허공이 아닌 건 꽃.” 최상의 것을 들 때, 깨달음을 얘기할 때, 완성을 의미할 때 ‘꽃’을 말합니다. 봄이 왔음을 감격적으로 알리는 꽃은 상징이고, 화려한 색감으로 피는 꽃밭은 미감이며, 그 꽃이 피었던 날을 기억하게 하는 건 추억입니다. 꽃이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이유는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때에 한 송이가 그대로 꽃다발을 이루는, 수국이 흐드러진 꽃밭을 찾아갑니다. 며칠 전 남녘 땅에 새로 문을 연 정원에 지금 수국이 만개했습니다.


# 수국, 여름의 초입을 장식하다

꽃은 여행을 이끄는 강력한 유인 요소이기도 하고, 때로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꽃의 힘으로 여행명소가 된 곳은 적잖다. 매화가 환하게 피는 섬진강 변의 전남 광양도, 동백이 울창한 거제의 지심도도, 십 리 벚꽃이 피는 하동 쌍계사 가는 길도, 청벚꽃 화려한 서산 개심사도, 붉은 꽃무릇 융단이 펼쳐지는 고창 선운사도 흐드러진 꽃으로 매혹적인 여행지가 됐다. 거기에 꽃만 있는 건 아니지만, 꽃으로 그곳은 더 화려하다. 섬진강 변에, 지심도에, 쌍계사 가는 길에 꽃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름값을 가질 수 있었을까.

여행 목적지에 피는 꽃은 ‘그곳에 가야 할 때’를 정해주는 실로 중대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섬진강은 매화 피는 이른 봄에, 개심사는 청벚꽃 피는 늦봄에, 선운사는 꽃무릇 피는 초가을, 지심도는 동백이 꽃잎을 여는 늦겨울에 가야 한다. 꽃에도 ‘유행’이 있다. 오래 사랑받는 이른바 ‘스테디셀러’도 있긴 하지만, 여행자의 꽃에 대한 선호는 수시로 바뀐다. 별 볼 일 없던 꽃이 갑자기 부상하는가 하면, 인기 폭발의 꽃이 곧 심드렁해지기도 한다. 유채꽃이 대세이던 때가 있었고, 메밀꽃이 이효석 소설 속 문장과 함께 관광객을 끌어모으던 때가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해바라기꽃이 관광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때도 있었고, 선명한 색감의 꽃양귀비 군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 때도 있었다. 꽃은 아니지만 분홍빛 파스텔 색감의 ‘핑크뮬리’는 기묘한 색감으로 2∼3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근래에는 라벤더 꽃밭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때그때 가장 인기 있는 꽃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주목받는 ‘핫’한 꽃은 어떤 것일까. 답은 수국이다. 물가에서 잘 자라는 국화 같다고 ‘물 수(水)’에 ‘국화 국(菊)’ 자를 쓴다. 수국은 장마의 시작과 함께 개화의 절정을 맞는다. 수국은 한 송이 한 송이가 ‘완성형’이다. 하나의 꽃대가 피워올린 꽃이, 신부의 부케처럼 둥근 꽃다발로 피어난다. 수국꽃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원예종인 수국은 공 모양으로 작은 건 야구공만 한 것부터 큰 건 핸드볼 공만 한 것도 있다. 방사형의 꽃 주위에 꽃받침이 꽃잎처럼 피어 공 모양의 수국과는 형태가 완연하게 다른 산수국도 있다.

천차만별의 색깔도 수국이 다른 꽃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파란색도 있고 분홍색도 있으며, 붉은 것도 있고, 보라색도 흰색도 있다. 품종에 따라 다른 색깔로 피는 건 당연한 일이고, 똑같은 품종에다 같은 씨앗으로 발아한 꽃이라도 수국은 뿌리 내린 땅의 토질에 따라 다른 색 꽃을 피운다. 한 가지 공통적인 건 어떤 색이든 수국꽃의 색은 파스텔 톤의 원색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국 꽃밭은 마치 선명한 원색의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와 같다.

다양한 형태와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 수국의 최대 강점은 ‘포토제닉’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진발’을 잘 받는 꽃이란 얘기다. 한 송이도 좋고 군락도 좋다. 파스텔 톤의 원색으로 피어난 수국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인물까지 덩달아 화사하게 보인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수국꽃이 근래 SNS에 자주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 그레이스 정원, 수국의 바다

경남 고성 자란만(紫蘭灣)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백암산과 향로봉의 뒤편에 꼭꼭 숨어 있는 ‘그레이스 정원’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문을 열었다. 그레이스 정원은 수국을 테마로 가꾼 자그마치 59만5000여㎡(18만 평) 규모의 정원이다. 정원에는 훤칠한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늘어선 사이로 각양각색의 수국 꽃 터널이 있고, 이국적인 돌담이 동선을 안내하는 산책로로 있다. 숲 한가운데는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교회도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연장도 있다.

그레이스 정원은 경남 창원의 마금산 온천에서 온천장을 운영하는 조행연(여·76) 씨가 14년에 걸쳐 가꿔온 정원이다. 조 씨가 40여 년을 운영하고 있는 ‘천마산온천’은 46도의 온천수가 하루 57t이나 솟아 일찌감치 ‘물 좋은 온천’으로 소문이 났다. 어찌나 손님이 많았던지 온천욕을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이 예사였던 때도 있었다. 유신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단골로 온천을 드나들기도 했다.

뛰어난 사업 수완까지 갖춰 큰돈을 벌었던 조 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사업의 와중에도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아프리카 선교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종교활동을 해왔다. 온천 옆에다 교회 수련회나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운영해온 것도 종교적 헌신의 일환이었다. 수련회 시설이 낡아가면서 확장이 필요하자 그는 본격적인 선교센터 등을 지을 요량으로 땅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아낸 땅이 지금 그레이스 정원이 들어선 고성의 향로봉 아래 깊은 숲이다.

여기까지 보면 다른 개인 수목원이 가진 스토리와는 사뭇 다르다. 대개 개인 수목원은 자연이나 식물에 대한 충만한 애정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레이스 정원은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사업가가 종교적 목적의 비영리사업으로 일구기 시작했다. 시작은 온천 옆 수련회 시설에서 자라던 메타세쿼이아를 옮겨 심는 것이었다. 줄을 맞춰 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은 뒤에 숲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작은 교회당부터 지었다. 땅을 사들이고 나무를 옮겨 심고 교회를 지은 뒤에야 그는 정원과 식물을 알게 됐다. 원예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유튜브를 뒤졌다. 하나하나 공부해가면서 정원 만들기를 진두지휘했다. 10여 년이 넘게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서 조 씨는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어 식물과 관련한 실전 지식을 익혔다. 그 열정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지금도 매일 창원에서 인부들을 태우고 출퇴근한다. 정원에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손수 꽃밭을 일구고 나무와 꽃을 심는다.


# 종교적 경건으로 가꾼 꽃밭

그레이스 정원의 중심은 단연 수국이다. 수국을 처음 심게 된 건 지난 2006년 창원의 갈멜수도원 수녀들로부터 얻은 수국 300주가 계기가 됐다. 수도원의 조경을 다듬는 과정에서 수녀들이 캐낸 수국을 싼값에 사들여서 심었다가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국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다양한 꽃의 형태와 토양에 따라 변하는 색도 매력적이었다. 새로운 품종의 수국을 수집해 심는 재미도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메타세쿼이아의 발치에다 보라색 수국으로 꽃길을 만들었고, 구릉과 언덕에도 각양각색의 수국을 심었다. 이렇게 심은 수국이 지금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제주의 수국은 이제 끝물이지만, 그레이스 정원의 수국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절정을 향해 간다. 청명한 날의 수국도 좋지만, 장맛비가 그치고 꽃과 잎의 색감이 짙어질 때가 더 청량하다. 비가 막 그친 뒤 가득 피어난 수국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도르르 굴러내릴 때의 느낌이라니….

그레이스 정원의 매력은 ‘아마추어리즘’에 있다. 꽃의 생태적 특성 등에 대한 전문적 식견의 배치는 좀 모자랄지언정, 꽃이 주는 위안을 생각하며 만들어 놓은 정원은 훨씬 더 편안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메타세쿼이아 숲길 한쪽에 수국을 심고 반대쪽에 경사진 물길을 놓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소리를 배치한 조경이었다. 장맛비가 내린 이튿날이어서 더 청아해진 물소리가 파란 수국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정원 전체에 종교적 경건함이 배어 있는 것도 다른 수목원이나 정원과는 다른 점이다. 조경은 아기자기한 꾸밈새보다는 단정하고 간결한 쪽이다. 과장도, 허세도, 꾸밈도 없다. 잡다한 소품이나 눈가림식 잔 기교 대신 제 모습을 그대로 둬 맑고 담박한 정원 풍경을 그려낸다.

정원의 중심은 수국이지만, 정원의 숲에 수국만 있는 건 아니다. 정원 위쪽의 경사지에는 자작나무를 심었고, 해국을 심어 조성한 군락도 자랑할 만한 정도라고 했다. 정원은 문을 열었지만, 본격적인 정원 가꾸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좋다. 비워진 자리에 어떤 꽃과 나무가 심어질까. 이 정원은 앞으로 얼마나 더 탐스럽고 근사해질 것인가.


# 만 가지 꽃과 온갖 풀이 자라는 곳

경남 고성에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밭이 또 있다. 그레이스 정원의 선배 격인 개인농원 ‘만화방초(萬花芳草)’다. 거류면 벽방산에 조성한 약 27만㎡ 남짓의 개인농원 만화방초는 고성이 고향인 정종조(72) 대표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40대 때부터 30여 년을 가꾼 농원이다. 농원은 임업을 하던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땅에다 주변 땅을 더 사들여 조성했다. 사업을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정 대표는 스스로 휴식과 위안을 위해 농원을 가꿨다. 농원에다 벚나무와 차나무를 심었다. 봄이면 햇차를 앞에 놓고, 벚꽃을 보며 꽃놀이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농원의 차밭이 무성해지고 벚나무가 굵어지면서 하나둘 다녀간 이들이 소문을 냈고, 급기야 고성이 고향인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고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로부터 ‘만화방초’란 이름까지 받게 됐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농원이 아니어서 2007년 처음 개방한 이래 10년 동안 만화방초는 한 푼의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해마다 관람객이 늘면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에 비용이 발생했고 고심 끝에 2018년부터는 관람객으로부터 자율요금 3000원을 받고 있다.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2년 전부터 만화방초는 수국 개화 시기에 맞춰 수국축제를 시작했다. 소박하게 진행했던 축제 프로그램은 중단했지만, 수국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와중인 올해에도 열리고 있다. 꼭 행사가 있어야 축제인가. 농원 전체에 수국꽃이 만발하면 그게 축제 아닌가.

만화방초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연스러움이다. 농원에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제 색깔로 자라고 있다. 수국은 알칼리 성분이 강하면 분홍빛으로, 산성이 강하면 남색으로 피어나니 대부분 수목원이 이런 특성을 활용해 비료를 줘가며 색색의 꽃을 피워낸다. 하지만 만화방초의 정 대표는 땅이 본래 가진 물성(物性)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정 대표는 또 해마다 수국 개화 시기에 소란스러운 관람객으로부터 수국 덤불 안에 둥지를 트는 박새와 동박새를 지키기에 여념 없다. 수국이 지고 나면 내년의 개화를 위해 꽃대를 모두 잘라줘야 하는데, 정 대표는 그때마다 꽃대 안쪽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손수 나무로 만든 새집을 농원 곳곳에 설치하고 있는 건 그 미안함 때문이다.

만화방초는 그레이스 정원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래 가꿔온 곳이니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공간도 다채롭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작은 연못이 있는가 하면, 계곡 옆으로 울창한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공간도 있다. 정 대표의 꿈은 농원 위쪽에 있는 벽방산 턱밑의 수년 전 만들어놓은 전망대까지 수국을 심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다고 무슨 커다란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닐 테지만,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꽃밭을 가꿔내는 게 ‘참으로 쓸모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쯤에서 평생 묘목을 길러 정부에 납품하던, 작고한 정 대표 부친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 평생 나무를 길러 파는 임업에 종사했다는 정 대표 부친은 정부 납품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편백나무 묘목을 줄잡아 수십 년 동안 아무 대가 없이 고성군에 무상 기증했고, 고성군은 그 나무를 갈모봉 자락에 심었다. 아름드리 편백나무로 빽빽한 ‘갈모봉산림욕장’의 숲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만화방초는, 그리고 그레이스 정원은 한 해 한 해 세월이 보태지고 나면 훗날 어떤 모습의 정원과 꽃밭이 될까.


■ 고성의 또 다른 명소

경남 고성은 사실, 여행지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전적으로 지리적 위치 탓이 크다. 제법 괜찮은 명소를 갖고 있음에도, 고성은 내로라하는 관광도시인 통영과 남해 사이에 있다. 그러므로 고성에 다녀온다는 건, 수도권에서 멀고 먼 고성까지 가서 몇 발짝만 더 들어가면 되는 통영과 남해를 들르지 않고 코앞에서 되돌아와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고성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정이 좀 달라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이름난 관광지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속 있는 여행 목적지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회는 가진 것에 비해 홀대받았던 경남 고성에 돌아가야 마땅하다.

고성을 대표하는 으뜸 관광명소는 바닷가에 구들장처럼 생긴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과 인근 덕명리 일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상족암은 고성을 대표하는 명승. 멀리서 보면 평평한 돌상을 받치고 서 있는 다리 같다고 해서 바위에 상다리(床足)란 이름이 붙었다. 1982년 발견된 덕명리의 공룡 발자국 화석지는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다. 고고학적 가치 말고 바다와 해안 절경만으로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고성에서 가장 압도적인 경관을 보여주는 곳은 단연 문수암이다. 문수암은 해발 545m 무이산의 구분 능선쯤에 들어선 절집인데, 여기까지 잘 닦아놓은 ‘갈 지(之)’ 자의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져 있다. 길 끝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돌구산 자락의 법당에 세운 거대한 청동약사보살상 너머로 고성의 자란만과 통영·남해 일대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경관의 스케일이 어찌나 큰지 여기서는 누구든 탄성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고성읍 한복판의 송학동 고분군은 가야시대 왕릉급 유적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세계유산등재가 추진되고 있는 가야 고분군 중 하나다. 역사적 의미와 상관없이 잘 단장된 초지와 고분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선으로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 포토 스폿이다. 고분 바로 옆에 고성박물관이 있다. 고성의 상리연꽃공원과 장산 숲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연꽃과 진초록 숲을 고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수국꽃밭은 호미로 그린 그림

수국은 꽃이 피는 시기나 토질에 따라 보라색, 파란색, 분홍색, 빨간색, 흰색 등 전혀 다른 색깔의 꽃이 핀다. 꽃의 색깔은 토양의 성분에 따라서도 변한다. 알칼리 성분의 땅에서는 붉은 꽃이, 산성이 강한 땅에서는 푸른 꽃이 핀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수국 꽃밭의 색을 붓질하듯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경남 고성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경남 고성읍 한복판의 송학동 고분군. 가야시대의 고분인데 본래의 역사적 의미보다는, 초지의 초록과 부드러운 구릉의 선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진촬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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