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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손실난 펀드 숨기고 팔아”…사실상 ‘금융범죄’ 판단

박세영 기자 | 2020-07-01 12:07

금감원, 첫 전액반환 결정

부실 알고도 주내용 허위기재
당초 사기따른 계약취소 고려
투자자들 신속 피해회복 우선

판매사 수용 여부에 이목집중
5조원대 부실시장…파장 확산


금융감독원이 분쟁 조정 사상 최초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사기 등 금융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번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판매사들이 수용할 경우 최대 1611억 원의 투자 원금이 반환될 예정이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다른 사모펀드의 배상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일 금감원이 무역금융펀드 4건에 대해 모두 ‘투자금 100% 반환’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민법 제109조)가 성립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11월 최대 부실을 인지한 뒤에도 이를 숨기고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 2018년 11월 17일 IIG펀드 사무관리사는 신한금투에 IIG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를 통지했지만 신한금투는 IIG 편입 펀드의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라임 무역금융펀드 구조를 모자(母子)형으로 바꿨고, 이후 미국 출장을 통해 IIG 투자금액 2000억 원 중 1000억 원의 손실 가능성을 파악했다. 이후에도 라임은 투자제안서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적지 않고 계속 펀드를 팔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체결 시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의 착오로 인한 계약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과 위험도, 환매 여부, 위험 등급 등의 중요 내용들을 허위·부실 기재해 판매사들에 제공했다. 금감원은 당초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도 고려했으나 투자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에 우선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모 전 신한금투 본부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에 의한 취소를 결정할 경우 사기죄가 확정될 때까지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판매사들은 내부적인 법리 검토 후 조정안 수용 여부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운용사 등이 자산 부실을 인지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는 총 1611억 원 규모다. 우리은행(650억 원), 신한금투(425억 원), 하나은행(364억 원), 미래에셋대우(91억 원), 신영증권(81억 원) 등 순이다. 앞서 신한금투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의 경우 30%, 폐쇄형은 70% 비율로 선(先)보상하기로 결정했다. 판매사 관계자는 “선보상을 진행 중인 만큼 분조위 결정도 수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정을 수용한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보전해 준 뒤 자산운용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이번에 분쟁조정이 이뤄진 것은 무역금융펀드의 4건이지만 이번 건이 선례가 돼 라임의 다른 펀드들도 이에 준해 자율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라임 펀드 규모는 전체 1조7000억 원에 달하며 무역금융펀드뿐 아니라 다른 펀드들도 연달아 환매가 중단되며 전체적으로 부실화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환매 중단된 부실 사모펀드 규모만 5조 원이 넘어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사기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유사한 방법으로 배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말 200조 원 규모였던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해 말 412조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투자원금 전액 반환이라는 가보지 않았던 길이 금융산업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금융당국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야 금융사들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세영·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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