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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든다”며 섣부른 정책 쏟아낸 정부…‘부실’만 키웠다

유회경 기자 | 2020-07-01 12:07

자본금 요건 60억 → 20억 낮춰
자산운용사 10배이상 늘며 난립
전문성 커녕 도덕성 검증도 못해


‘자본주의의 총아’로 불리며 최근 수년간 급성장했던 사모펀드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부실화되고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사모펀드 산업에 대한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정부 규제를 최소화한 채 사모펀드 산업을 육성, 부자들의 잉여 자금을 끌어모아 스타트업 등 다방면에 투자되게 하면 사모펀드 산업은 물론 혁신 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정부는 대놓고 사모펀드 산업을 육성했다.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부작용을 사전 예방하는 제도는 갖추지 않고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이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급격히 성장하게 된 계기는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조치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등록제로 변경, 자기자본 요건 축소(60억 원→20억 원) 등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자기자본 요건은 지난해 다시 10억 원으로 하향됐다. 이런 배경에 2015년 20개에 불과했던 운용사는 올해 225개로 폭발적으로 늘었고 자격 미달인 곳들이 속속 생겨났다.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진입 장벽도 대폭 낮춰졌다. 최소 투자액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면서 투자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대거 몰리게 됐다. 사모펀드에 몰린 돈은 2015년 200조 원에서 지난해 말 412조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정치권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금융투자협회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융투자업계 사장단과의 간담회 도중 “자산운용사는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내는데 따로 만납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을 콕 집어 우수 일자리 창출 업종으로 치켜세운 것이다.

반면 견제장치 마련에는 미흡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사전 심사가 아니라 사후 등록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사고가 터진 후에야 문제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사모펀드 육성 바람을 타고 전문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양식과 도덕성조차 없는 사기꾼들이 시장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노선을 다소 수정했다. 지난 4월 최소 투자액을 1억 원에서 다시 3억 원으로 높이고 은행에서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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