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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제2, 제3 인국공 사태와 ‘그들’의 책임

기사입력 | 2020-06-30 12:01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와
과정의 공정성이 문제의 핵심
기회 자체 사라질 불안도 증폭

노동유연성 增稅 등 갈등 예고
文 “나눔과 상생의 민주주의”
국회직 독점으로 스스로 부정


기회의 공평, 과정의 공정, 그리고 결과의 정의가 다시 논란이다. 입장에 따라 ‘공평과 공정’이 다르고 그 밑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는 다름을 확인하는 계기다. 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그 전환 과정이 ‘기회의 공평과 과정의 공정함’에 부합하느냐다.

한쪽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핵심이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노동시장 양극화가 문제라고 한다. “차별철폐니 로또취업이니 불공정이니 하는 건 생트집”이란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에게도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 게 아니라고 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양극화 해소다. 다른 쪽에선 “현실을 너무 모른다. 특혜와 공정 구분도 못 한다”고 한다. “일자리 절대 부족 시대다. 연봉 2300만 원 9급 공무원 자리가 경쟁률 200 대 1이 넘는다. 그 자리에 들어가려고 몇 년씩 고생한다.” 청년 분노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특혜이자 행운이라는 거다. 청년들은 역차별당한다고 생각하고 노력만큼 보상받아야 정당하다고 믿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가 공평·공정하지 않다고 한다.

‘인국공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최소 65%가 과거 신규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 채용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청년 분노의 출발점이다. 같은 비정규직인데도 입사일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와 방식이 다른 것은 ‘2017년 5월 12일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 방침이 공식 발표된 이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기관이나 용역업체 임직원들의 친인척 등이 새롭게 채용됐을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청년들의 기회의 공평과 과정의 공정에 대한 다른 생각은 향후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직원 월급 등을 책정하는 총액인건비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 기회의 공평은커녕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같은 인국공 사람이라도 공평과 공정은 다르다. 인국공 노조는 ‘형평성과 공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반대한다. 어떤 이들에겐 기득권 인정이 공정한 거고, 다른 이들에겐 그게 기회의 불공평이다. 인정받아야 할 기득권과 타파돼야 할 기득권을 어떻게 구별하고 기회의 공평과 과정의 공정을 구현하느냐의 문제다.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어야 하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고용안정·경영안정으로 대립하며 공전 중인 ‘코로나19 위기극복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고민도 같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을 포함한 완전체로 출범한 노사정대표자회의였지만 진전은 없다. 인국공 사태와 교착 상태인 최저임금위원회나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일자리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든 최저임금의 결정이든 고용안정·경영안정이든 가치 배분의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득권 인정의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 및 자발적 협력이 있어야 ‘기회의 공평과 과정의 공정’이 실현된다. 공동체의 공생과 공영의 모델 제시와 사회경제적 대타협이 정치의 역할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인국공 사태’가 예상된다. 정년 연장, 전국민고용보험 그리고 기본소득 등의 주제가 대표적이다. 이때 임금 피크제, 비과세 대상 축소와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통한 증세,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의 논란은 공평과 공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에 세대 갈등까지 더해질 수 있다.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 기념사에서 “갈등과 합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다. 소수여도 존중받아야 하고, 소외된 곳을 끊임없이 돌아볼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나눔과 상생의 민주주의다”라고 했다.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로 코로나를 극복하듯이 이후의 위기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협치 실종’과 ‘견제·균형의 원칙 훼손’이란 비판 속에 단독 개원과 위원장직을 독식한 제21대 국회도 이젠 그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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