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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고발은 ‘反인권 共犯’ 행태

기사입력 | 2020-06-15 12:06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뒤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비굴한 대응은 부끄럽고 우려스럽다.

통일부는 지난 4일 김여정이 ‘대북 전단 금지법’을 요구하자 4시간 반 만에 “준비 중”이라고 맞장구쳤다. 9일 북측이 남북연락선을 모두 끊자 10일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보내던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 단체들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급기야 청와대는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입장문을 내고, 법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전단 및 물품의 살포는 2018년 판문점선언뿐만 아니라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등 남북 간 합의에도 어긋난다고 규정했다. 12일 경기도는 김포·고양·파주 등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원천 차단하고 전단 살포 시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인 우리나라에서 민간인들이 하는 대북 전단 살포는 눈과 귀가 막힌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기본권 행사로, 권장의 대상이지 고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유엔은 2014년부터 북한 전체주의에서 자행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는 현대사회 어느 국가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김정은 등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모든 자유의 시금석이 되는 정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대한변협이 2006년부터 2년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왔는데, 올해까지 가장 자주 꼽는 심각한 인권침해도 ‘의사 표현의 자유 억제’다. 이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으로는 물론, 세계인권선언과 남북한이 모두 가입한 자유권규약이 밝힌 바와 같이 모든 매체를 통해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정부가 드는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모든 남북 간 합의는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로,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정부는 풍선에 달아 북으로 날린 전단이 남북교류협력법에서 승인받지 않은 대북 반출 물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출은 남북 교역을 목적으로 하는 물품의 이동으로, 역시 적용은 무리다. 경기도 등은 북한 접경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하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와 접경지역의 불안감 조성 사이에는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 지역 긴장은 북한 정권이 만드는 것이고, 이 논리대로라면 북한 접경지역에 주둔한 우리 군대는 모두 철수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적에도 북한인권법을 사문화(死文化)하고 북한 인권을 외면해 왔다. 이제 북한 정권과 합세해 노골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하겠다고 한다. 이는 유엔회원국의 의무를 저버리고 반(反)인도범죄를 저지르는 북한 정권과 공범(共犯)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 지난해 말에 탈북 선원 2명을 강제북송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더니 이제는 표현의 자유 행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한다. 상스러운 폭언과 극도의 무례함을 보이는 김정은 정권에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정부는 더는 반인권국가로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지 말고, G7 정상회의 참가국 품격에 걸맞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흐름에 합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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