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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과 소통하는‘백팩 멘 회장님’ “리더는 조직의 최고 조력 책임자”

박세영 기자
박세영 기자
  • 입력 2020-06-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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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지배구조개선 문제 겪던 2014년 취임
‘원 KB’ 강조하며 임직원 자긍심 고취

‘고졸행원’부터 회계법인 부대표 거쳐
매년‘타운홀미팅’열고 경영전략 공유

업계 첫 사외이사 후보추천 호평 받아
‘DJSI 월드’지수 4년연속 편입 이끌어


고졸 행원에서 회계법인 부대표, KB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설명할 때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보다 더 주목받는 지점은 각종 사건과 대립이 많은 금융업계에서 그가 보여준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여러 사건·사고, 그룹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흔들리고 있던 KB금융호(號)를 맡았다. 이후 윤 회장이 이끄는 KB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개선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시 리딩 금융그룹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재임 기간 중 KB는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는 각종 이슈에 휘말리지 않고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경영진 워크숍 특강


◇‘원 KB’, 통합경영의 리더십 = 윤 회장이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취임식에서 그는 “조직 내 활력이 떨어지고 KB인으로서의 자긍심도 하락했다” “투자자들과 고객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통렬한 진단을 내놓았다. ‘리딩금융’ ‘넘버원 KB’ 등 임직원들에게 자긍심과 목표를 제시했다. 각종 사고와 ‘KB 사태’를 겪으며 상처받고 갈라진 직원들의 마음을 다시 모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봤다. 자긍심 회복과 함께 KB금융그룹이 하나의 가족임을 이해하고 협업해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원(one) KB, 원펌(one-firm)’을 강조했다. 지난 10여 년간 곳곳에 분산돼 있었던 본점들도 올해 하반기 신사옥 완공으로 하나로 모일 예정이다. 이는 그룹사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직원들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윤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각각 운영되던 직원신분증도 그룹 통합 신분증으로 교체 중이다.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회장 선임과 관련한 독립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3단계를 거쳐 단계별 주체를 엄격히 분리해 운영한다. 2015년에는 업계 최초로 주주 사외이사후보추천 제도를 도입해 장기가치투자 주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특히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사회적 책임투자를 달성하기 위한 평가지표) 기반의 경영으로 글로벌 투자기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윤 회장이 영어와 일본어로도 소통이 자유로운 만큼 해외 주주 및 투자자들과도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전언이다. ESG 경영을 더욱 속도감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는 지난 3월 지주 이사회 내 ‘ESG위원회’도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그룹의 ESG 관련 전략과 정책을 수립·승인하고 이행 사항을 관리 감독하는 등 ESG 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윤 회장을 포함해 사내 및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KB금융은 △친환경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 △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강화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에 힘쓰면서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최상위 등급인 ‘DJSI 월드’ 지수에 4년 연속 편입됐다. 환경부문에서 공신력을 갖추고 있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실시한 ‘기후변화 2019’에서 기후변화대응 성과를 인정받아 금융부문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에 3년 연속 선정됐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e타운홀미팅


◇소탈한 소통과 조력자의 리더십 = 그는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조직 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동참이 중요하다고 봤다. 윤 회장의 대표적 소통 채널 중 하나는 ‘타운홀미팅’이다. 타운홀미팅은 그룹의 경영 전략, 경영 성과 등을 전 직원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고 오픈뱅킹, 디지털, 글로벌, 애자일(Agile) 등 다양한 주제로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다. 매년 상반기에는 12개 계열사를 각각 방문해 타운홀미팅을 하고 하반기에는 12개 계열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그룹 통합 방식으로 한다.

유튜브 실시간 중계와 채팅창을 활용, 공간 제약에서 자유로운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된 타운홀미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프라인 대면 방식의 소통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형태도 달라져 유튜브 생중계 방식의 ‘e타운홀미팅’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 타운홀미팅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이겨낸 대구지역 직원들과 화상 통화를 통해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사내 인트라넷의 ‘CEO와의 대화’ 코너를 통해 윤 회장의 현장활동과 경영 메시지 등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으며 익명 게시판 ‘핫이슈 토론방’ ‘원 KB 톡톡’ 등도 운영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직원들과 여의도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하는 것을 즐긴다. 좋아하는 메뉴는 오래전부터 가장 즐겨 먹는 김치찌개와 수제비다. 직원들과 편하게 먹는 밥맛이 가장 좋다고. KB금융그룹 회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식당 사장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이제는 ‘단골손님’으로 편안하게 대한다.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편견을 깨는 또 하나의 장면은 백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다. 수행비서 등 주위 직원들의 손을 최대한 빌리지 않고 어지간한 자료나 물품은 본인이 직접 챙겨 다니기 위해서다. 업무상 출장 때도 마찬가지다.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출장지를 누빈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비(非)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더 선호하는 그는 저녁 식사 후 들어오면서 청경들에게 음료를 건넨다.

윤 회장이 또 평소 강조하는 신조는 “리더라면 조직의 ‘조력자(Enabl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CEO라는 단어의 뜻을 ‘최고 조력 책임자(Chief Enabler Office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혼자 뛰어서는 일정 거리밖에 못 가지만 20∼30명이 이어 달린다면 더 많은 거리를 달리는 게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직원 존중 방침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이에 취임 후 객관적 성과에 기반한 집단심사체제인 PG인사평가위원회를 도입하고, 360도 다면평가를 완성하기 위한 동료 평가를 신설했다. 평가 결과를 승진·승격 심사에 활용하고, 승진·승격 후보자 중 우수 인력을 영업그룹의 관리자가 직접 추천하도록 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국민은행 콜센터 방문


◇‘고졸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으로’ = 온화한 리더십 뒤에는 독특한 학력과 이력이 있다.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상고를 나온 그는 고졸 행원으로 1974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이후 성균관대 경영학과 야간과정을 다녔다.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부대표까지 지냈다. 회계사로 일하던 시절 약 2년간 일본 도쿄(東京)에서 교환근무를 했다. 삼일회계법인 재직 시절 서울대와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재무전략본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부사장을 지냈다.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2017년 11월 KB금융지주 사상 처음으로 회장에 연임했으나 은행장에서는 물러났다. 두 번째 지주회장 임기는 2020년 11월 20일까지다. KB금융은 양성평등에도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이 취임 이후 여성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본부부서 부장(10%), 본부부서 팀장(20%), 본부부서 팀원(30%) 등으로 여성 직원 최소 비중을 정해 정착시켰다. 최근에는 나아가 여성 최소 비율을 부장(20%), 본부부서 팀장(30%), 본부부서 팀원(40%)으로 추진해 여성 인력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증권업계 최초 KB증권에서 여성 CEO인 박정림 대표가 탄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에 국내 기업 최초로 2018년에 이어 지난해도 2년 연속 선정됐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왼쪽부터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전중규 호반건설 상임고문, 서태식 삼일회계법인 명예회장.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인맥

출생 : 1955년 전남 나주

학력 : △1973년 광주상고 졸업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1999년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경영학 박사)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경력 : △1974년 한국 외환은행 입행 △1980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1999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2002년 KB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장 부행장 △200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0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부사장 △201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2017년 KB금융지주 회장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윤종규 회장이 금융계의 거목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윤 회장 스스로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을 꼽는다. 윤 회장이 회계법인 파트너로서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의 회계감사를 담당하면서 당시 김정태 사장과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국민은행장이 된 그는 윤 회장을 영입하고자 다른 부행장을 모두 임명하면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만 비워두고 삼일회계법인 회장에게 읍소하면서 윤 회장 영입에 성공했다. 김 전 행장과 윤 회장은 당시 국민은행의 CEO와 CFO로 호흡을 맞췄다.


전중규 호반건설 상임고문

전중규 호반건설 상임고문은 외환은행 여신담당부행장(CCO),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호반건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을 역임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윤 회장과는 외환은행 심사부에서 여신기획을 함께하며 첫 인연을 맺었다. 꼼꼼함과 소탈함이 공통점인 이들은 함께 근무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는 ‘콤비’였다. 이후 동종업계 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서로의 장점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각자 자리에서 발전을 도모했다. 윤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업무 구상을 해야 할 때면 전 고문과 함께한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서태식 삼일회계법인 명예회장

삼일회계법인 설립자인 서태식 명예회장은 윤 회장이 공인회계사로 1980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이후 그의 뛰어난 업무 성과를 인정했다. 일본 파견 근무 당시 일본 공인회계사들 사이에 ‘텐사이(天才) 윤’으로 불릴 정도였던 윤 회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서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회계법인의 비약적인 도약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2년 갑작스러운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의 영입 설득에 차세대 리더인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당시 서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에 오르는 길을 걷게 된 셈이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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