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인물

[단독]나눔의 집, 정부서 예산 20억원 타낼 목적으로 할머니들 대필시킨 의혹

박성훈 기자 | 2020-06-05 12:18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의 나눔의집에서 나온 컴퓨터 작성 문서와 할머니가 육필로 쓴 요양시설 건립 탄원서 내용이 똑같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의 나눔의집에서 나온 컴퓨터 작성 문서와 할머니가 육필로 쓴 요양시설 건립 탄원서 내용이 똑같다.

본보, 내부 문건 입수

“요양시설 건립 지원해달라”
국회 보낸 할머니 육필 편지
내용 같은 컴퓨터 문서 존재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금자리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이 정부 예산을 타내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육필로 편지 받아쓰기를 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발견됐다.

해당 문건에는 국회의원에게 나눔의 집 법인의 숙원 사업인 요양시설 건립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내부 직원들은 법인이 자신들에 유리한 사업을 관철하려 할머니들의 이름과 육필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이옥선 할머니 등 9명은 지난 2006년 10월 16일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다.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에는 나눔의 집 노인요양시설 건립비 2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서에서 할머니들은 “지난 추석 명절에 여성부 장관님이 찾아오셔서 위안부 기념관 건립하는 데 20억 원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기가 막혀 속이 상했다”며 “요양시설보다 우리들 기념관을 짓는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픈 부모 병 고칠 생각보다 살아있는 부모 묫자리 만들고 비석 세울 궁리하는 못난 자식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말미에는 배춘희, 지돌이 할머니 등 작고한 피해 할머니를 비롯한 9명의 이름과 지장이 함께 찍혀 있다.

하지만 이 편지가 누군가 요양시설 예산을 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먼저 컴퓨터로 작성한 뒤, 할머니에게 육필로 베끼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할머니들의 육필 편지는 김모 전 사무국장이 근무하던 사무실 책장에서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문건과 함께 발견됐는데, 컴퓨터로 작성된 문건에도 할머니의 육필 편지와 똑같은 문구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문건을 발견한 직원들은 “편지는 할머니들이 생소해 하시거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로 구성돼 있다”며 다른 누군가의 지시나 요청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편지에 ‘탄원서’ ‘전문요양시설’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할머니들이 알지 못하는 말이고, ‘오줌보를 차고 누운 할머니와 자식도 못 알아보는 할머니들을 눈으로 보면서’ 등의 표현도 할머니들 사이에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란 설명이다. 한 직원은 “‘억울한 청춘이 내내 서럽고 늙어서도 천대받는다고 생각하니 위안부였다고 나선 게 후회된다’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할머니들은 스스로 위안부라고 부르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눔의 집 법률대리인인 양태정 변호사는 “안신권 (전) 소장에게 편지에 관해 문의하니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강요한 적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며 “나눔의 집 주변이 상수원 보호구역인 탓에 전문요양시설의 입지 자체가 어려운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경기)=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많이 본 기사 Top5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