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또 구속기로…비상체제 돌입
내부선 “한 개 혐의도 인정 못해”
재계 “투자차질·경제타격 우려”

“지금 1등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시장이 분초 단위로 변하고 있는데 삼성은 이미 많은 시간을 잃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4개월 만에 구속 기로에 다시 서게 되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 전반에서 ‘경영 올스톱’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됐을 때도 총수 부재 사태로 투자와 인수·합병(M&A) 중단, 지배구조 개편과 인사 지연 등 큰 후유증이 발생했다.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와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격화된 가운데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사업 관련 투자가 차질을 빚는다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재계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4일 오전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삼성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등 단 한 가지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16년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에서 파생된 검찰 수사가 4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신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에는 검찰 압수수색 50여 차례, 임직원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으로 사법리스크 변수도 커진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악재가 산재한 와중에 이 부회장이 두 번째로 구속된다면 삼성은 2년4개월 만에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에 휘말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오너십 부재 시 공백을 메워줘야 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이미 해체됐고 전문경영인 체제만 존재해 구심점 없이 힘을 잃을 우려도 상당하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뉴삼성’에 대한 비전과 신사업 추진 등이 좌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석방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국내외 현장 경영을 펼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보폭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최근 중국 시안(西安)반도체 공장 출장, 경기 평택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던 신사업 M&A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굵직한 M&A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이동통신망 설계 기업인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했지만 조(兆) 단위가 투입되는 M&A는 2016년 11월 전장 업체인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1년여간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대규모 투자 계획도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판도가 무너지는 변곡점에서 오너십이 흔들려 경영상 판단을 잘못 내리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시장 경쟁력과 지배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