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신청 이틀만에 영장청구
“檢 스스로 자체개혁 취지 훼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검찰 대응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전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이 자체 개혁 차원에서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켰다고 반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기소가 타당한지 봐달라’며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구속영장 카드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신병확보를 시도하면서 ‘검찰 개혁’ 취지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허물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수사심의위는 견제받지 않는 검찰의 폭주와 이에 따른 인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외부 통제를 받아 스스로를 옭아매겠다’고 나선 자체 개혁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부당하다면 수사팀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검찰이 해당 권리를 행사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인권보호와 자체 개혁의 취지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구속영장 청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 만큼 검찰의 이번 조치는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여부 등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건너뛰며 규정의 맹점을 악용한 편법이자 위법”이라고 말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150명 이상 250명 이하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며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평가한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