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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98%가 재난지원금 신청… 정부 ‘저조한 기부’ 냉가슴

이정우 기자 | 2020-06-03 11:46

‘자동기부금’ 최대 7638억원뿐
정부 ‘2조안팎 돌아올것’ 기대

취지에 안맞고‘관제기부’논란
“실적 비밀유지” 금융권 압박도
“애초에 무리수였다” 지적 나와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실적이 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지원금) 기부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원금 기부를 독려했고, ‘관제(官制) 기부’ 논란까지 감수한 것치고는 성과가 영 신통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일 자정 기준 지원금을 수령한 가구는 2141만 가구, 지급 액수는 13조48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 지급 대상 2171만 가구 중 98.6%, 총예산 14조2448억 원 중 94.6%에 달한다. 아직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은 30만여 가구가 끝까지 신청하지 않아 자동으로 기부금으로 처리될 경우를 가정하면, ‘자동 기부금’ 최대 액수는 7638억 원(전체의 5.7%)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을 기부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기재부 등 중앙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 대다수가 택하고 있는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아서 전액 기부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신청하면서 전부 또는 일부를 기부하는 방법이고, 세 번째 방법은 지원금 전액을 받은 뒤 그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기부하는 방법이다.

이 중 기부금 대부분은 아예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동 기부금’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공공기관 임원 등은 “일단 지원금을 신청했다가 기부하면 ‘지원금을 타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아예 신청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자정 기준으로 신청하지 않은 가구의 지원금 총액이 7638억 원이므로, “기부금 총액이 1조 원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기부 실적이 저조하자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사 등에는 “기부금 실적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하라”는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지원금 가운데 10∼20%만 기부로 이어져도 1조4000억∼2조8000억 원 정도가 모이고, 이 돈을 2년 연속 적자인 고용보험기금에 충당하면 ‘꿩 먹고 알 먹고’ 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재정 당국’인 기재부가 전체 가구의 50∼70%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전체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해 놓고 “기부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지원금 지급이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지원금을 준 뒤 “적극적으로 소비하라”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억지춘향식으로 “기부하라”고 나선 것 자체가 위선이었다는 뜻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기부하면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앞다퉈 기부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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