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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계 금연의 날’… 10년째 금연운동협의회장 서홍관 교수

흡연경고 그림 입법화 위해
국회앞서 수년간 1인 시위

“담뱃값 8000원으로 올리고
제조 금지 위헌소송도 불사”

“흡연은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자살행위입니다. 자신만 죽이는 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죽이는 범죄행위나 다름없습니다.”

10년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홍관(62·사진)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반드시 금연하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의 금연 운동 열정은 남다르다.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 삽입을 입법화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국회 앞에서 수년간 1인 시위를 했고, 국회의원실을 찾아 일일이 설득하기도 했다. 제33회 ‘세계 금연의 날’인 5월 31일은 휴일인데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위해 출근했다.

서 회장도 11년간 흡연한 지독한 골초였다. “의사로서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 글을 쓸 일이 생겨 담배에 대한 논문을 읽게 됐는데 너무 끔찍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매일 수십 번씩 내 몸에 1급 발암물질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흡연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아 담배를 끊고 금연 전도사가 됐다.

요즘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이유로 피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 회장은 “전자담배 회사는 유해물질이 적어 일반 담배와 비교해 90% 이상 덜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연구 결과를 홍보에 이용한 것”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고, 심지어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이 더 많이 검출되는 것도 있다. 흡연자가 할 일은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그간 음식점에서의 전면 금연,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 삽입, 담뱃값 인상 등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 2015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다.

“흡연 경고 그림을 앞으로는 담뱃갑 전체에 넣는 것이 목표입니다. 담배 가격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00원으로 인상하고,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위헌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국가가 발암물질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유일한 상품이 담배입니다. 만약 어떤 음료에 발암물질이 발견된다면 그냥 놔둘까요? 당연히 판매 금지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3위의 주 위험 인자가 담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개월 동안 260여 명이 사망한 것엔 불안해하면서도, 매일 170명이 담배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엔 무관심합니다. 연간 6만2000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흡연질환자에게 쓰이는 의료비만도 한 해 평균 10조 원이 넘습니다. 담배 판매 금지가 지나치다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전에는 음식점과 버스, 기차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얘기처럼 생각하듯, 위헌 소송도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 위헌 소송을 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금연 비결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의 필요성을 깨달아 굳은 결심을 하는 겁니다. 혼자 의지만으로 안 된다면, 금연센터나 보건소 등 국가금연지원을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 먹는 금연약 등 금연치료제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약의 도움을 받으면 금단증상이 줄어들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2∼3배 높아집니다.”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