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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뚫은 한국영화 첫 개봉작 ‘침입자’ 손원평 감독

‘아몬드’ 작가이자 손학규씨 딸
대학때 영화평론상 받고 입문
“좋아하는 일 묵묵히 해온것 뿐
모든 분의 수고 잘 전달됐으면”

“기획에 8년, 서른 번이 넘는 퇴고,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나온 작품, 어려운 시기에 좋은 선례가 됐으면….”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쓴 손원평(사진) 작가가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기획부터 따지면 8년이나 공들인 그의 연출작 ‘침입자’가 오는 6월 4일 개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된 후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 감독은 “워낙 현재 상황이 조심스러워서 걱정이다. 우리 영화든 아니든 상황이 좋아져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여동생(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김무열)가 여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대사 처리나 인물 성격, 장면 전환에서 작가다운 섬세함이 느껴진다.

“‘아몬드’나 ‘침입자’는 모두 출산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쓴 작품이다. 너무나 절박한 때였다. 소설 습작에만 매달렸다. 미친 듯이 썼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해와 그다음 해에 약 20편씩은 글을 썼던 것 같다. 시나리오, 시놉시스, 동화, SF를 가리지 않았다. 대부분 실패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이제 첫 장편을 연출했을 뿐인데 손 감독을 주목하게 하는 게 또 있다. 그는 정치인 손학규의 딸이다.

“저의 정체성을 말할때 나올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러나 작가든 영화든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묵묵히 해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소설 습작의 시간도 길었고, 영화를 개봉하게 된 지금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손 감독은 어려서부터 작가를 꿈꿨다. 다양하게 글을 쓰다가 대학 4학년 때 영화평론상을 받으며 영화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단편을 만들며 각본가 겸 연출자로서 재능을 보였다. 그러다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2016년이다. 소설 ‘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은 혼자서 글을 시작해 혼자 끝나는 것이고, 영화는 제가 쓴 것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외롭고 고립감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계속할 수만 있다면 소설과 영화를 병행하고 싶다.”

올여름쯤엔 손 감독의 새 소설도 출간된다. ‘침입자’나 ‘아몬드’와는 전혀 다른 연애 소설이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다. 어렵게 개봉하게 됐지만 부끄럽고 아쉬운 점도 있다. 다만 영화는 저 혼자 한 게 아니니까 모든 분의 수고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