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충훈 씨가 지난 19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CC에서 지인들과 라운드 중 드라이버로 티 샷을 하고 있다. 김충훈 씨 제공

가수 김충훈

4연속 버디 눈앞에 둔 퍼트…
친구들도 “신중하게 쳐라” 응원
공, 컵 반바퀴 돌고 ‘땡그랑’!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배우 김수현 부친으로 유명
비거리 230m에 베스트 72타
연예계 고수 이승철과 맞수
“골프 버킷리스트 1호는 홀인원”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가수 김충훈(62) 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 인근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그 흔한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축구뿐 아니라 평소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가능했다. 이틀에 한 번은 헬스클럽을 찾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일요일마다 축구로 몸을 관리했다. 그의 건강관리법 중 특이한 것은 ‘낙타 걸음’이다. 골프 라운드 때면 카트 한 번 타질 않고 걸어 다닌다. 그는 이때 낙타가 사막을 걷듯이 발목에 힘을 빼고 터벅터벅 걷는다. 팔자걸음 같기도 하지만 동반자와 보조를 맞추려면 스피드를 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많아 힘들다고 귀띔했다. 낙타 걸음을 하면 관절에도 좋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줘야만 가능하기에 운동 효과는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충훈 씨는 배우 김수현(32)의 부친이다. 비밀 아닌 비밀이었지만, 2012년 아들이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인터뷰를 통해 가족사를 밝히면서 아버지가 가수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씨는 아들로 인해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는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송골매’의 라이벌 록밴드 ‘세븐돌핀스’의 리드보컬 출신이다. 그룹 해체 이후 2002년 솔로로 전향했고 2009년부터 트로트 가수로 앨범을 내놓으며 활동하고 있다.

‘김수현의 아버지’로 알려지면서 김 씨는 이젠 이런 호칭이 더 익숙해졌다. 스타를 아들로 둔 그는 “아버지로서 당연히 고맙고 행복한 일이지만, 수현이와 내 이름이 함께 언급돼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이젠 아들의 이미지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하며 늘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군에서 전역한 아들은 곧 후속 드라마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 씨는 축구 얘기만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요즘엔 코로나19로 인해 축구를 하지 않는다. 그전엔 매주 일요일이면 축구장으로 갔다. 그는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축구단’ 단장이다. 방송인 강석 씨로부터 5년 전 단장직을 이어받았다. 코로나19로 요즘엔 공연행사가 대부분 취소된 데다 좋아하던 축구마저 하기 어렵게 돼 그나마 골프장을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얼마 전 서울 근교 한 공터에서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4달 만에 처음이었다.

김 씨가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운 것은 2002년. 그룹 활동을 하던 30대 시절 동료들과 연습장을 몇 번 간 적 있지만, 당시엔 축구가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점차 주변에서 골프를 하는 사람이 늘었고 축구보다 골프 얘기가 더 많아졌다.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그는 몇 해 전 만화가 이현세 씨가 주축이 된 ‘까치회’ 골프모임에도 가입했다. 마라토너 이봉주, 펜싱 국가대표 출신 김영호, 가수 진시몬, 방송인 김혜영, 그리고 영화제작자 등이 모임 멤버다.

김 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72타. 골프를 배운 지 5년이 채 안 됐을 무렵이던 2015년 경기 용인의 태광CC에서 김범룡, 진시몬 등 동료 가수들과 라운드하면서 작성했다. 이후 이븐파만 4차례나 기록했지만 더는 줄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강원 춘천의 파가니카CC에서 4번째 이븐파를 작성했다. 그는 처음엔 연습장에서 한 달 정도 티칭 프로에게 레슨받다가 이후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프로에게 한 달 배우고 나니 스윙이 확연히 달라졌다. 비거리도 요즘에도 230m를 가볍게 보낼 때가 많다.

김 씨는 “4년 전 기록했던 ‘4연속 버디’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전율이 흐른다”고 말했다. 양돈 사업을 하는 친구가 초대해 2팀을 구성해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제주 한라산CC 오션 코스 5번 홀부터 8번 홀까지 ‘줄 버디’를 잡아냈던 것. 전반이던 마운틴 코스를 마친 뒤 막걸리 한 잔씩 걸치며 후반에 마무리를 잘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술기운 탓에 4번 홀까지 줄보기 행진이 이어졌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고 마음을 비웠다. 그러다 5번 홀(파3) 내리막 120m에서 9번 아이언을 잡고 가볍게 친 공이 홀을 향했다. 핀에 맞더니 1m쯤 퉁겨나갔다. 첫 버디를 잡은 뒤 자신감에 넘쳤고 이후 치면 원하는 대로 공이 날아갔다. 오르막 지형인 6번 홀(파5)에서 3번째 샷이 핀 1.5m에 붙더니 7번 홀(파3)에서 다시 2m에 붙어 버디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3개 홀 연속 버디였지만 파3-파5-파3 홀이었기에 흔히 말하는 ‘사이클 버디’는 아니었다. 8번 홀(파4)에서 버디를 해야만 사이클 버디가 된다. 320m의 내리막으로 파4치곤 비교적 짧은 홀이었다. 티샷만 잘 보내면 웨지 거리로도 그린을 공략할 수 있었다. 대기록을 앞두고 긴장한 탓에 90m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 샷이 핀을 6m나 지나쳤다. 버디를 하기엔 쉽지 않은 거리였다. 이전까지 “버디를 몇 개나 하냐”면서 버디 값을 주며 핀잔을 함께 주던 동반자들도 대기록을 앞둔 그에게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치라”고 외치면서 응원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홀을 반 바퀴 돌며 홀 속으로 들어가 4연속 버디가 됐다. 그는 그날 4연속 버디를 연출했고 78타를 쳤다.

김 씨는 연예계에서도 실력파로 꼽히는 후배 가수 이승철과 스크래치로 겨룰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이기고 지지만 대개는 1∼2타 차로 승부가 갈리기 일쑤라고. 그는 골프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운동”이라면서 “매너를 갖추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린에서만큼은 서로 예민한 상태여서 매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프에서 버킷 리스트 1호가 홀인원이고 그런 다음 언더파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