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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찰記]

北의 GP 사격, 의도된 對南 협박이다

기사입력 | 2020-05-06 11:42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경기대 겸임교수

미리 조준한 공용화기로 도발
南 군사훈련 無力化 겨냥한 듯
위협에 굴복하면 北인질 자초


북한은 김정은의 건재를 보여준 지 불과 이틀 만에 철원의 3사단 감시초소(GP)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우리 군은 고의성이 없다고 했지만, 정치적 시기와 무기체계 특성상 실수라고 믿기엔 석연찮은 게 사실이다.

북한군 GP에서 쏘았다고 알려진 14.5㎜ 중기관총은 대공용으로 쓰는 것을 지상용으로 배치한 강력한 무기다. 우리 육군 K-200 장갑차의 측면 장갑도 관통할 정도로 강한 파괴력이다. 유효사거리는 1.5㎞이고 최대사거리는 8㎞이며, 그 GP에 사격할 수 있는 북한군 GP는 모두 3개로 각각 1.5∼1.9㎞ 떨어진 곳에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 때 썼던 총이 바로 이 총신 4개를 묶어서 만든 ZPU-4다.

문제는, 그렇게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GP에 직접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알 수 있다. 1.5㎞ 이상 거리에 있는 상대 GP의 크기는 20m 영점사격 표적지의 검은 원보다 더 작게 보인다. 이렇게 작은 표적을 명중시키려면 실력 좋은 사수라 하더라도 상당한 공을 들여 조준해야 한다. 하지만 군은 안개가 끼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목표를 맞혔다면 이는 우연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되니 그럴 것 같다.

결국, 안개로 인한 실수였다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극도의 집중력으로 조준사격을 했다고 본다. GP의 공용화기들은 상대 GP의 위협적인 화력을 우선 제압하기 위해 교전 시 방아쇠만 당기면 되도록 특정 각도로 고정시켜 놓는다. 안개로 보이지 않아도 고정해 놓은 14.5㎜ 중기관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상태에서 방아쇠 역할을 하는 페달을 누르면 얼마든지 명중시킬 수 있다. 여기서 실수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정황은 바로 ‘안전장치’와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은 상태’다. 군의 주장대로 근무교대 후 화기를 점검하며 실수로 방아쇠를 당겨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군은 왜 고의사격을 했는가. 전 세계가 김정은에 대해 의심하고 있던 시간 동안 끊임없는 믿음을 보여줬던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는데…. 이는 국군이 최근 이례적으로 실시하고 발표했던 해병대 상륙훈련과 공군 훈련의 내용 때문이라고 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들어 우리 군에서 상상 이상의 군기 문란 사태가 계속 터져 나온다. 군 안팎에서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짐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와중에 현 정부가 극도로 조심하던 고강도 군사훈련에 대한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4월 23일 포항 해병대 1사단 훈련장인 도구 해안에서 상륙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공군 제16전투비행단 주관으로 11전투비행단과 19전투비행단 전력이 가세해 이름도 낯선 지상·공중 비상대기 항공차단(G/X-INT) 훈련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일제히 배포했다. 공군 최강 F-15K 전투기는 물론 KF-16과 FA-50 등 주력 전투기가 대거 참가했다. 특히, 이런 공군 훈련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공개하지 않았던 민감한 훈련이다. 군기 문란 우려로 인한 국방부 장관 책임론을 덮기 위한 고육책인지 모르나, 북한을 강하게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해병대 상륙훈련 사진에 최신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등장했다. 이 잠수함은 잠수함발사 핵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전략잠수함을 수중에서 격침하는 ‘헌터-킬러’ 임무를 띠고 있다.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의 마양도 잠수함기지 주변에 매복하다가 적 잠수함이 출항해 수중 SLBM 발사 징후가 들리면 어뢰로 선제공격해 SLBM 발사를 막는 것이다. 이런 도산안창호함이 참가한 상륙훈련이라면 그 대상지는 북한 잠수함의 메카인 신포와 마양도로 해석될 수 있다. 또, 공군의 훈련은 적 후방에서 강력한 위협이 되는 긴급표적이 식별됐을 때, 공중초계 중이거나 지상에서 비상대기 중인 전투기들이 신속하게 발진해 폭격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 표적은 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대구경 방사포들이다. 해병대와 공군의 훈련은 명백하게 북핵 대응작전 중 첫 번째 순서인 ‘킬체인’의 작동을 의미한다.

이 정도 내용의 훈련을 공개함으로써 ‘당나라 군대냐’하는 비아냥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는 ‘어딜 감히 뒤통수를’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훈련을 완전 무력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물리적 도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신호탄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협에 굴복한다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북한의 핵 위협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민감한 훈련 내용을 공개한 효과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은 물론, 이런 협박으로 군사정책이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잠적 20일 만인 지난 2일 김정은이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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