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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과 원격의료 준비

기사입력 | 2020-05-01 11:42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

우리 세대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를 겪고 있다.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위기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서 생존한 사회와 의료계가 부닥치게 될 현실은 전혀 다른 세상이 돼 있을 것이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 위기가 지나간 뒤 우리가 직면하게 될 세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 1월 말 이후 취해진 코로나19 관련 다양한 방역 조치와 통제들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기 상황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의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조치들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통제와 규제들이 그 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을 무릅쓰고 시행됐다. 국민과 환자들이 대규모 실험에 사용되는 연구 대상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일반 진료는 원격의료가 보편화하고,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고 의사소통은 원격으로만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공공성 강화라는 구호 속에 개인정보와 자유가 통제되고 민간 영역과 서비스는 축소되며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가장 먼저, 다음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공공감시의 강화와 원격의료의 현실화다. 지난 수개월 확진자 그리고 접촉자 등 감염병 관리를 위해 정부의 감시를 벗어나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사람을 항상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이 오늘날 가능해진 것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모든 사람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수억 개의 얼굴 인식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으며, 의무적으로 체온을 측정해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코로나19 감염의심자를 조속히 확인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필자가 수개월간 겪었던 여러 외국의 코로나19 자문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전체주의적 공공감시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발생 직후 의료계와 실질적 협의도 없이 시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은 알리페이, 바이두 등 총 11개 업체가 참여해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이 중 ‘핑안굿닥터(Ping An Good Doctor)’ 원격진료 서비스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회원이 10배로 늘어 모두 11억1000만 명이 이용했다. 일본도 코로나19 이후 라인헬스케어 등을 이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상담 창구를 설치, 원격의료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의료계가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원격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오진 및 환자 안전에 대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고, 관련 산업계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료체계가 왜곡되지 않는 건강한 의료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된다 하더라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우려된다는 이유나 중앙아프리카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과 같은 강력한 공공감시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환자안전과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감염병 예방’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감염병 예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환자안전과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감염병 예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자체가 잘못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거짓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은 국민과 의료계가 ‘환자안전과 개인정보보호, 감염병 예방’ 3가지 모두를 누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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