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영화 ‘저 산 너머’ 30일 개봉

11년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맑은 모습으로 위로를 건넨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는 고 정채봉 작가가 김 추기경과 대화로 엮어낸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김 추기경의 유년시절을 그렸다. 순하고 착해 순한으로 불린 소년 김수환(이경훈)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밝게 자란다. 병에 걸린 아버지(안내상)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다가 숨을 거둔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발에 피가 나도록 물건을 팔러 다니는 수환의 어머니(이항나)는 8남매의 막내인 수환을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핀다. 어느 날 사제서품식에 참관하며 진한 감동을 받은 어머니는 수환의 형 동한(전상현)과 수환에게 사제가 되라고 권유한다. 동한은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이지만 수환은 장가도 못 가는 신부가 되기 싫다고 거부하며 고민에 빠진다.

수환이 마음 밭에 종교인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다 보면 편안해진다. 소년 수환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김 추기경의 인자한 표정을 떠올리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동한, 수환 형제에게 마을 신부(강신일)가 들려주는 천주교의 역사가 부담 없이 다가온다. 김 추기경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박해를 받으면서도 올곧게 신앙심을 지켰고, 그런 정신이 아버지, 어머니를 통해 소년 수환에게 이어진다.

출연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연기가 영화의 담백한 톤을 잘 잡아준다. 수환 어머니 역의 이항나는 김 추기경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서중하 여사의 아들에 대한 헌신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또 260 대 1의 경쟁을 뚫고 수환 역을 맡은 이경훈 등 아역 배우들의 때 묻지 않은 연기가 미소를 자아낸다.

심심하게 전개되는 영화가 지루하기보다는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는 치유의 느낌이 든다. 안내상은 20일 열린 언론시사회 무대 인사에서 “김 추기경님은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이 시대의 어른이었고,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삶이었다”며 “지금은 안 계시지만 그분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 추기경이 가장 좋아했다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이 공감되는 시기에 찾아온 영화가 반갑다.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