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8년 9월 13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강력한 대출 규제 등을 담은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닷새 뒤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부 언론과 정당은 세금폭탄, 징벌적 과세라고 비판하는데, 사실에 맞지 않고 다수 국민 생각과도 어긋난다”면서 “비상한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출석해서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책임지겠냐’는 질의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져야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이 대책 시행을 위한 소득세·종부세법 등 시행령 개정을 위한 국무회의(10월 16일)도 이 총리가 주재했다.

지난 1월 14일 퇴임한 이 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서울 종로 선거구에 직접 출마했다. 이 위원장은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나와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큰 고통을 준다는 하소연에 일리가 있다”면서 “(개정)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출 규제도 현실에 맞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다. 서울 강남지역 및 양천·용산·분당 등의 여당 후보들은 지난달 27일 ‘1가구1주택 장기 실거주자에게는 종부세를 완전히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벌써 19차례의 대책을 내놨다는 것만으로도 드러난다. 종부세의 위헌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세금으로 주택시장을 조정하겠다는 발상부터 문제다. 전문가들의 수많은 지적에도 집권 여당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가 사실상 전혀 없었다. 선거가 코앞에 닥치니 종부세 부과 주민이 많은 선거구를 중심으로 ‘경감’ ‘폐지’ 운운한다. 우선, 선거구민만을 노린 ‘위장 득표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와 합의한 징후도 없다. 이제라도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했다면, 총리로서 잘못된 정책을 입안·시행한 데 대한 책임부터 져야 한다. 여당의 이런 ‘립서비스’는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할 것이다. 전형적인 조령모개(朝令暮改)다. 그러나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