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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 차장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국이 비상인 가운데 산불도 비상상황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산불은 전 세계적 재난이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1100만㏊의 산림이 소실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약 10만㏊가 불타는 등 유엔환경계획(UNDP)에 따르면 매년 평균 3억4000만㏊의 산림이 산불로 소실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산불 피해 면적은 연평균 583㏊로 68%가 봄철에 집중돼 있다. 산림청은 특히 산불이 대형화하기 쉬운 봄철인 지난 14일부터 4월 15일까지를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으로 설정해 국가위기경보를 여건에 따라 상향하고, 산불 진화 헬기 전진 배치, 진화대원 편성 등 장비·인력의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산림청은 지금까지의 산불 진화와 사후관리 위주 산불정책에서 원인별 사전 예방으로 산불 대응 전략을 전환하고, 산불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예방과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 동안 산불의 주요 원인은 입산자 실화와 소각 산불이 대부분으로,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사전 예방이 가능한 소각 산불 근절에 목표를 두고 산림 연접지 불씨 취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입산객이 늘어나는 시기에 전국의 산불감시원, 진화대원, 산림특별사법경찰관 등을 일제 동원해 산림 안팎에서 무단·불법행위를 감시·단속할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 중인 산림 내 드론 활용 확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산불 방지 등 첨단 기술·장비를 실용화해 비대면 방식의 산불 방지 활동과 산불 상황에 대한 신속한 판단이 가능해졌다.

우선, 대형 산불을 겪었던 동해안을 중심으로 산불 취약지역에 불꽃·연기·움직임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해 사전에 산불 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ICT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특히, 야간 산불은 헬기 운영이 불가능해 현장 파악이 어려웠으나,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활용해 산불 진화 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험준한 산악을 순식간에 누비며 진행 중인 산불의 위치와 화선, 화염 강도, 확산 정도 등의 정보를 중앙산불상황실과 현장 산불대책본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피해 면적을 추산해 신속한 복원계획 수립을 돕는 드론은 이제 산불 현장에서 꼭 필요한 장비로 자리 잡았다.

감시체계 첨단화와 더불어 효율적인 산불관리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산림 인접지 건축물 주변에 산불안전공간과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산불에 강한 산림으로 임상 구조를 개선한다. 특히, 대형 산불에 취약한 강원 동해안 지역은 산불 발생 시 진화 차량의 진·출입과 방화선 역할을 하는 산불 방지 임도를 2024년까지 총 2023㎞를 설치하고 올해부터 초대형 헬기 2대를 추가 배치해 산불 초기부터 강력한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소각 산불 예방을 위해 초·중·고교와 협력해 ‘찾아가는 산불안전교실’을 운영하고, ‘소각 산불 없는 녹색마을’ 캠페인을 통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불 방지에 참여하고 있다. 영농 중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기물은 관계기관·단체가 협업으로 공동 수거·파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불시에 찾아온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의료·검역 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드론과 첨단 센서 등 ICT를 활용한 최첨단 산불 방지 체계도 더욱 빠르게 진화(進化)해 산불 대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