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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사표(死票)방지, 의회의 전문성 강화, 군소 정당의 의회 진출기회 보장 등의 이유로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 72개국에서 채택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완전 비례대표제, 지역구와의 병립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형태는 다르다. 반면 의회민주주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은 100% 지역구 의원으로만 구성하고 있다.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전국구’라는 명칭으로 도입된 비례대표제는 당시 5·16 쿠데타에 참여한 이북 출신의 국회 진출을 위한 목적이 컸다. 유신헌법 시행으로 구성된 9대 국회부터는 전국구가 사라지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은 유신정우회(유정회)의원이 역할을 대신했다. 1981년 전두환 집권과 함께 제11대 국회부터 다시 도입된 전국구는 ‘전국구(錢國區)’라고 할 정도로 정당의 비자금 모금 창구였다. 특히 돈 가뭄에 시달린 야당의 경우 앞번호는 특별당비 명목으로 30억∼50억 원 설(說)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이 때문에 헌금 액수가 많은 사람이 나중에 치고 들어오면, 전국구 명단을 발표하러 오는 계단이나 선관위에 후보 등록하러 가는 자동차 안에서도 순위가 뒤바뀔 정도였다.

제16대 국회부터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돈과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초유의 제도로 실시되는 제21대 총선의 각 당 비례대표 면면을 보면 비례대표 자체가 적폐다. 위성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후보 면면들을 봐도 ‘로또’라고 할 정도로 얼떨결에 명단에 포함되거나 검증이 안 된 ‘문제 인물’도 수두룩하다.

더불어시민당 후보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입당 직전에 혼인신고를 했다. 약 9년 동안 장애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미루는 방법으로 기초생활비 등 과다 복지 혜택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당의 비례대표 앞순위에 배치된 시민추천 후보는 급조된 탓에 ‘듣보잡’ 수준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씨는 자신의 게임 아이디를 타인에게 빌려줘 부정 승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정의당엔 정의가 없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민주당의 제3중대 격인 열린민주당은 ‘조국 수호’가 공천 기준이고, 검찰을 쿠데타 세력이라고 해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어도 문제없다. 미래한국당은 아예 명단을 갈아엎었다. 이런 비례대표는 없애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