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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클래스-김영록 ]

직접 간식들고 직원들 찾아가 스킨십… 현안마다 ‘애가 닳도록’ 챙겨

정우천 기자 | 2020-03-24 11:42


■ 김영록 전남지사

주민 현장·조직 내부·중앙 정부와 소통 원활… 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20개월중 19개월간 1위
고용률 전국 2위 오르고… 코로나 ‘강력한 선제 조치’ 확진자 제주 다음으로 적어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당선된 ‘초선’인 김영록 전남지사는 민선 7기 20개월 중 19개월간 전국 17개 시장·도지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한 차례만 2위로 밀렸으니 사실상 ‘부동의 1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매월 17개 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와 일상생활 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전남 주민의 생활 만족도도 김 지사 취임 초기에 전국 2∼5위를 오르내리다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째 1위를 기록했다. 김 지사가 취임한 2018년 7월 56.2%에서 지난달 68.4%로 급등했다. 이쯤 되면 ‘도대체 김 지사가 전남 도정을 어떻게 이끌기에?’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김 지사의 리더십은 크게 ‘소통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남도청 안팎의 평가다. 주민들과의 현장 소통으로 문제점과 현안을 발견하고 조직 내부 소통을 통해 전체적인 에너지를 결집해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노심초사형 리더십’이 상승효과를 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반드시 추진해야 할 현안이 결정되면 이를 성취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주민들의 호평은 전남의 변화를 체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성과는 전임 지사들의 노력이 나중에 나타난 덕을 본 측면도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 직전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현장·조직 내부·중앙정부와 소통 = 김 지사의 리더십을 가늠해보려면 공(公)조직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겠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김 지사는 전남도에서 경제통상국장, 자치행정국장 등 요직을 거칠 때 ‘3피(避) 국장’이란 말을 들었다. 업무를 워낙 철저히 하므로 ‘그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은 국장’이 3명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행정부지사 시절에는 국장 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깐깐한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도지사 취임 후 보여준 그의 모습은 직원들의 선입견을 깼다. 간부 공무원들은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포용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취임 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재선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내면서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지사에게 “달라진 이유가 뭐냐”고 직격 질문을 던졌다. 김 지사는 “참모와 기관장의 차이다. 공직에서 참모일 때는 일이 더 앞섰다고 볼 수 있고, 기관장 입장에서는 소통이 더 중요해지는 경우가 있다. 국회의원 시절 소통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 것 같다. 직원들이 (인사권 등을 가진) 기관장에게는 큰 부담을 갖고 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드럽게 대해줄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은 월 1회 정도 도지사가 직접 간식을 들고 실·과를 방문하는 ‘간식을 부탁해’에서 이뤄진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평소 만나기 어려운 주무관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격려한다. 또 김 지사는 중앙정부와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강조한다. 전남도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 국비 예산 7조 원 시대를 연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는 주민들과의 소통에도 솔선수범한다. 도정의 핵심 기조 ‘도민 제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현장 소통이라고 믿는다. 매주 1회 이상 정책 현장에 나가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주민들과 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누는 1박 2일 민박간담회도 9차례 가졌다. 마을 회관에서 이뤄진 주민 간담회에서는 소상공인, 농어업인, 관광산업 종사자 등으로부터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간담회 후 잠은 마을 이장 집이나 시·군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마을 펜션 등에서 잤다. 주민들은 “도지사가 현장에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다.


◇‘노심초사형 리더십’ = 김 지사는 자신의 리더십을 ‘노심초사형’으로도 규정한다. 그는 “중요한 일을 성공시켜야 할 때는 ‘애가 닳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라며 “그렇게 하다 보면 어려웠던 일이 막판에 풀리기도 하고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이룬 성과는 차고 넘친다. 우선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김 지사 취임 전달인 2018년 6월 전남의 고용률은 전국 시·도 가운데 중위권인 62.9%였는데 지난해 12월 전국 2위인 63.6%로 올랐다. 1위는 69.3%인 제주도였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2.6%에서 2.0%로 낮아졌다. 숙원사업이었던 경전선(광주송정역∼경남 밀양 삼랑진역) 전철화, 남해안 철도(목포∼부산) 전철화 계획도 확정됐다. ‘남해안 해안 관광도로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해 관철시킨 것은 탁월한 ‘선택과 집중’으로 평가된다. 2018년까지 5000만 명대 초반이었던 전남 관광객이 지난해 57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은 획기적 변화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한전공대 나주 유치, 스마트팜 혁신밸리 고흥 유치 확정과 더불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지난 10년간 4∼5등급이었던 것이 지난해 2등급으로 뛰어오른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요즘 김 지사가 ‘노심초사’하는 목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다. 전남 지역 확진자는 현재 6명으로 전국 시·도 중 제주(4명)를 제외하고 가장 적다. 전남지역 내 2차 감염 사례가 1명도 없다는 점은 방역이 잘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김 지사는 사태 초반부터 “질병관리본부보다 강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다잡고 나섰다. 이런 조치를 한 배경에는 김 지사가 식품부 장관 재직 당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확산된 조류인플루엔자(AI)를 선제적으로 막아낸 경험이 한몫했다. 장관 취임 후 AI 발생 건수는 22건으로 취임 전해의 383건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러나 김 지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남은 노령인구가 많아서 코로나19 종식 단계까지는 안심하지 못한다”며 “모든 사회복지시설을 간부 공무원이 1 대 1로 전담해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리더십과 같고 다른 점 = 이 전 총리는 2014년 7월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까지 3년 가까이 도정을 이끌었다. 도지사 시절의 이 전 총리와 김 지사의 유사한 점은 몇 가지 있다. 이 전 총리 역시 현안 분야에서 ‘가고 싶은 섬 가꾸기’와 ‘숲속의 전남 만들기’ 등 브랜드 시책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도민들을 대할 때는 늘 겸손했고,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인사 등 모든 행정 절차에 공정을 기한 것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한 공무원은 “정치인 출신 단체장의 경우 집단민원이 제기되면 민심을 얻기 위해 무리한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 전 총리는 원칙을 갖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며 “2019년 청렴도 급등의 기반은 이 전 총리 시절부터 다져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독특한 리더십 중 하나는 열정적으로 공부함으로써 간부 공무원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못 배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는 국·과장들이 업무 관련 통계를 잘못 제시하면 심하게 나무랐다. 간부회의 내내 항상 긴장감이 흘렀다. 이 전 총리는 업무에서는 엄격했지만 ‘뒤끝’이 없었고, 저녁 식사 자리 등에서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질책당한 간부 공무원의 기분을 풀어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조적으로 김 지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 분위기는 다소 자유롭다. 한 간부 공무원은 “이 전 총리 때는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했다면, 지금은 부족한 논리라도 의견을 개진한다”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두 사람은 청년 시절 역경을 겪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 법학과를 다닐 당시 하숙비가 없어서 선배네 하숙집과 친구네 자취방을 전전하는 생활을 2∼3년 했고 1년은 입주 가정교사를 했으며 집안 형편 때문에 사법시험에 계속 도전할 수 없었다”며 “지나고 보니 역경이 놀라운 축복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전 총리의 광주일고 3년 후배인 김 지사는 대학 입시를 한 달 앞두고 폐결핵에 걸렸고, 그 뒤 아버지 별세로 가세마저 기울어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건국대 행정학과 3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 김영록 지사의 인맥

김영록 전남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뚜렷한 정치적 계파에 속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2015년)를 할 때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친문(친문재인)’으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김 지사는 평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근무했던 상사들 덕분”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때문인지 김 지사 인맥의 대다수는 그가 은덕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선배 공직자·자치단체장 등으로 형성돼 있다. 김 지사는 전남 완도에서 광주 서석초로 전학 왔을 때 일생에 필요한 가르침을 준 6학년 담임선생님(고 김여홍 교사)과 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고향 선배 박광태 전 광주시장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나이 : 65
학력 : 건국대 행정학과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대학원 행정학 석사
이력 : △행정고시(21회) △전남도 자치행정국장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 △전남도 행정부지사 △18∼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제38대 전남지사



허경만 前 전남지사

민선 초대 전남지사로 취임한 그는 엘리트 공직자였던 김 지사가 민선 자치시대에 잘 적응하고 순탄한 공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취임하자마자 관선 완도군수 임기를 끝낸 만 40세의 김 지사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김 지사는 “당시에 일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 지사는 이후 경제통상국장(3년), 목포부시장(1년 7개월), 자치행정국장(1년) 등 요직을 거쳐 2001년 행정자치부로 자리를 옮겼다. 김 지사는 “자치행정국장을 할 때 허 전 지사께 건의해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금 제도를 시행했다”며 “정부는 2년 후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발표해 추인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계진 前 울산시 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로 자리를 옮긴 김 지사를 총애했던 선배 공직자다. 당시 총무과장이었는데 김 지사를 휘하 서무계장으로 데려갔다. 그 후 공직자들이 선망하는 행정과에 김 지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김 지사는 “행정자치부에 늦게 올라간 편이었는데, 빠른 시간에 자리 잡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해주신 분”이라며 “그래서 지금도 그분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 출신으로 덕이 많은 분이셨는데, 전남 출신인 저를 끔찍이도 생각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시장은 지난해 전남 신안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김 지사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박준영 前 전남지사

2006년 6월 당시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이었던 김 지사를 전남도 행정부지사로 발탁했다. 민선 3기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전 지사가 재선(민선 4기)에 성공한 뒤 기용한 행정부지사였던 만큼 인선을 신중히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지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도정에 관한 많은 부분을 맡겼다고 한다. 김 지사가 2008년 1월 행정부지사를 그만두고 그해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을 때도 정계 입문을 적극 권했다. 김 지사는 당시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국회의원 시절 김 지사와 함께 ‘국회 지방 살리기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인연이 있다. “뜻이 맞아 공동대표를 한 것”이라는 김 지사의 설명을 뜯어보면 의원 활동의 방향성과 관련해 오래전부터 당적을 초월한 교감이 있었던 듯하다. 두 사람은 도지사가 된 뒤에도 전남·경북 간 교류를 활발히 추진해왔다. 지난해 12월 경북도청에서 전남·경북 상생교류협약을 체결했고, 협약이 끝난 뒤 김 지사는 경북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전남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에 이달 초부터 한 달간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안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해 2월 도청 일자리정책과 직원들을 찾아가 ‘간식을 부탁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 지사가 지난해 11월 28일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보성군 회천면 신근마을에서 민박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지사가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광양의 한 약국을 찾아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의 수급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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