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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도 대(代)를 이어 정치를 하는 ‘정치 명문가’가 많다. 영국의 처칠 가문이나 미국의 케네디·루스벨트·부시 가문이 대표적이다. 케네디 가문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해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4명 등을 배출했고, 루스벨트 가문은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부통령 1명, 주지사 3명이 나왔다. 부자(父子)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도 있다. 이런 명문가가 대를 이어 선택을 받는 것은 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정치 명문가가 없고 세습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대표적으로 외무부 장관과 신민당 부총재를 지낸 고(故) 정일형 의원은 1950년 서울 중구에서 제2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1975년 9대 국회의원까지 계속 당선돼 8선 의원을 기록했다. 아들인 정대철 전 의원은 10·13·14·16대, 손자인 정호준 전 의원은 19대 의원을 지냈다. 한 지역구에서 3대가 13번 국회의원을 한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4번에 지명되면서 DJ의 아들 3명이 모두 국회의원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큰 형인 고 김홍일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와 16대 국회에 걸쳐 아버지 지역구였던 목포·신안에서 당선됐고, 17대에는 비례 4번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2006년 나라종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둘째 형인 김홍업 전 의원은 이듬해인 2007년 무안·신안 국회의원이었던 한화갑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보궐 선거에 나와 당선됐으나 18대에는 낙선했다. 김 전 의원도 2002년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실형을 산 경험이 있다.

김홍걸 의장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2005년 노무현 정권 때 사면 복권됐다. 3형제 모두 비리에 연루된 적이 있는데, 김 의장도 비례대표로 곧바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DJ와 고(故) 이희호 여사라는 ‘부모 찬스’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끝내 국회의원 꿈을 접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와 대조적이다. 많은 국민은 아직도 ‘3홍 비리’를 기억한다. DJ가 생존해 있다면 과연 셋째 아들 편을 들까, 아니면 국민 편에 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