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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 중의 하나는 지속 가능성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이익을 반드시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요인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이다.

2017년 5월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약 2만4000원에서 5000원대로 떨어졌고, 한국전력의 주가 역시 5만 원대에서 2만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경우에는 핵심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약 8000억 원의 영업이익, 두산밥캣이 약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심지어 두산건설까지도 흑자로 돌아섰지만, 정작 두산중공업 자체 실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잔액 역시 2016년 대비 4조 원가량 줄었다. 이런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임원 감축, 유급 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아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80% 전후였던 원전가동률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발전(發電)을 위해 LNG처럼 단가가 비싼 발전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한전의 적자가 대폭 늘었다. 2018년 한전의 영업손실은 약 200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6배 이상으로 늘어 영업손실이 약 1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탈원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현 정부 출범 이듬해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전은 과거 연간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적도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한국형 원전이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는데도 수조 원대의 정비 및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이미 수주한 영국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흔들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한전은 약 1조6000억 원을 들여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공학부의 단일학부로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등 총 1000명 규모로, 나주혁신도시 내 골프장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가능한 한 조속히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차기 대선이 있는 2022년 3월 이전에 개교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한다. 에너지 인재 양성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세계적인 전문성을 갖춘 대학 설립이라는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한전공대의 재정 자립 및 지속 가능성 여부다. 2021학년도는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모집 정원보다 적은 첫해가 될 것이란 예상 속에 학생 수 감소 속도가 상당히 심각하다. 서울 시내의 기존 대학들조차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해 새로 설립되는 한전공대의 재정 지원을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투입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다행히, 교육부가 한전공대 법인 설립 인가에 대한 심의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교육부에서도 한전이 제출한 재원 마련 근거의 구체성을 보완하라고 판단했다.

한국전력은 소액주주부터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현 정부가 아무리 애를 써도 탈원전 정책, 한전의 재정 건전성, 한전공대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한전과 한전공대의 지속 가능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