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광주 동구 한 영화관 로비에 관람객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며 일별 극장 총 관객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시스

3일 전국 관람객 6만명 못미쳐
2004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치
3,4월 예정작 개봉일 연기 추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극장 관객 수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영화 배급사들이 개봉일 잡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극장 총 관객 수는 5만9881명이었다. 이는 2일 총 관객 수 6만3242명에 이어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배급사들은 2∼3월 개봉작 일정을 잠정 취소하고 4월 이후 개봉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가라앉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몇몇 작품은 올 하반기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제작사와 외부 투자사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한 영화의 개봉이 밀리면 연속해서 다른 영화의 개봉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2월 말 개봉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 ‘기생충:흑백판’ 등과 3월에 개봉하려던 ‘결백’ ‘밥정’ ‘이장’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후쿠오카’ ‘나는 보리’ ‘콜’ ‘뮬란’ ‘나의 촛불’ ‘침입자’ ‘주디’ ‘부니베어:원시시대 대모험’ 등이 개봉 연기 후 다른 상영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4월 개봉 예정 영화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3∼4월 개봉을 추진하다가 미룬 후 개봉일을 잡지 못한 작품이 50여 편에 달한다”며 “결정 변수가 많아져서 앞으로도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 개봉일을 잡으려면 마케팅비용 증액을 위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며 “성수기에 들어가기에는 경쟁 부담이 커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작을 아예 내년 상반기로 미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더라도 이전 수준으로 관객이 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제작사들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새 작품 촬영을 미루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 한국영화 신작 공백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올 가을 신작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한 제작자는 “5월부터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하려 했지만 스태프들이 모여서 회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촬영을 중단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촬영 강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봉을 강행하는 영화도 있다. 11일 개봉하는 ‘다크 워터스’ 배급 관계자는 “이미 마케팅비를 다 썼고, 개봉을 미룬 영화들이 몰리면 어차피 관객을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예정대로 개봉하기로 했다”며 “환경 오염 스캔들을 다룬 영화라 관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 외에도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5일 관객과 만나며 ‘용길이네 곱창집’(12일), 세인트 아가타’(19일) 등도 예정대로 개봉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