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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감기가 이렇게 나라 흔들다니
6·25도 견딘 어르신들의 걱정
韓中공동체 인식이 위기 키워

미국은 비상조치 발동도 검토
한국도 총체적 국가危機 상황
자유의 합리적 제한 고려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천지를 뒤덮는다. 감염 확진자가 날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제한한 나라가 87개국에 이른다. 사실상 해외출입국 금지로 국내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야만 한다. 내 평생에 공산당과의 6·25전쟁만 무서운 줄 알았지, 그깟 감기 증상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는 어르신들의 한숨이 깊어간다.

이 비극은, 초기에 중국인과 중국 경유자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면 달라졌을 일이다.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못 한 상당한 원인이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때문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운명공동체란 하나의 나라라는 의미다. 중국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이라고 하는 대통령의 말에 배치될 중국 봉쇄정책이 나올 리 없다.

그 와중에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동이 지난달 28일에 있었다. 참담한 현실은 있는데, 책임과 원인에 대한 확인도 없었고 방역 실패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국가보건총사령관’에게 변명의 기회만 주었다.

글로벌 현대 세계에서 보건 문제는 초국가적인 안보 위협을 형성한다. 이에 미국은 코로나19에 대비해 비상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군수지원법(DPA) 발동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군수지원법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군수물자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제정된 전쟁법이다. 비상조치를 발동하면 마스크, 보호 장갑, 전신 방호복 등은 물론이고, 응급병실과 구호요원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민간기업에 대해 계약을 변경하라는 지시도 가능하다. 단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 “A라는 민간기업이 현재 80%는 고가의 일반 마스크를, 20%는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생산한다고 할 경우, 생산 라인을 바꿔서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90% 생산하고, 일반 마스크는 10%만 생산하라”고 명령할 권한을 갖게 된다.

미국은 2017년 허리케인 재난 때, 전력망 복원과 식량 및 물의 신속한 공급을 위해 비상조치를 한 바 있다. 사실, 미국 헌법에 명시적인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은 없다. 그러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비상대권의 신천지를 열었다. 링컨 대통령은 북부에 계엄령을 선포, 남북전쟁을 반대하는 언론인·기업인과 시민 수천 명을 영장 없이 체포했다. 약 200개의 신문사도 폐쇄했다. 군인이 민간인을 체포하도록 했고, 인신보호영장 제도를 정지시켜 1만3000명 넘는 시민을 영장 없이 구속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본계 미국인의 대거 감금과, 6·25전쟁 때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군수물자 확보를 위한 긴급조치도, 국난 극복을 위해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비상조치권(제76조)과 비상계엄권(제77조)을 부여하고 있다. 촛불 함성을 권력의 정당성으로 삼고 있는 문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총체적인 국가 위기상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전쟁과 공포의 시기다. 국가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다.

국가위기 상황에는, 평화 시를 염두에 두고 준비된 적법 절차는 정지하고 시민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함이 인류의 지혜다. 비상조치를 통해 매점매석 같은 시장의 자유 제한만이 아니라 영장 제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 단체행동권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나 환자나 교회 신도 정보의 신속한 공유도 가능해진다. 당사자 협조나 영장 없어도 포괄적이고 신속한 조사와 선제적인 행정조치가 가능해진다. 마스크 배급, 병실 재배치, 이동 제한도 할 수 있다.

더불어 “국가체계가 잘 작동해 확진자가 많은 것이다”(박광온) “감염 확산의 최대 원인은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다”(박능후) “중국의 한국인 격리는 간섭할 일이 아니다”(강경화) “야당 자치단체장은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이,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유시민) “미국 같으면 정치적 이유로 중국 사람들을 완전히 입국 차단했겠지만, 우리는 실효적인 차단으로 중국의 감사를 받았다”(추미애)는 유언비어를 자제시키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그렇게 싫어하는 ‘자유와 자유시장’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문제까지 검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