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중동은 가파르게 확산

날씨가 따뜻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다소 주춤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온이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습도가 높아지면서 바이러스 감염을 줄일 수 있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한때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7일 3명의 확진자를 추가로 총 9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다만 감염자 확산 추세는 지난 13일(8명), 14일(9명), 15일(6명)보다 다소 감소해 27일에는 3명의 확진자만 나왔다. 92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홍콩도 지난 17일까지 증가 추세에 있다가 이후 기세가 꺾였다. 태국은 4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만은 32명, 말레이시아는 23명이다. 베트남은 16명, 필리핀은 3명, 캄보디아는 1명이다. 라오스와 브루나이,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선 아직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역시 높은 기온을 보이는 중동 지역은 최근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첫 확진자 2명이 보고된 이란은 3일 차인 21일에 1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27일엔 무려 106명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 지역에선 쿠웨이트에서 43명이 발생했고 바레인이 33명, 아랍에미리트(UAE)가 13명, 이라크(7명), 오만(4명) 등지에서 꾸준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온이 높더라도 습도가 낮을 경우, 즉 건조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에서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을 막는 코의 점액 기능이 손상돼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이 전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끈적끈적한 점액을 더 건조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가두는 데 덜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싱가포르의 경우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13∼15일 정오 무렵의 습도가 59∼61%로 26일과 27일(70∼80%)보다 낮았다. 이란의 경우에도 최근 습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안 리프킨 컬럼비아대 감염·면역센터장은 햇빛이 많은 지역에서도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프킨 센터장은 “자외선이 바이러스의 핵산을 분해하는 살균작업을 해 그 활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