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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fanaticus는 신전(神殿)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fanatic(광신도)이라는 말이 파생했고, fanatic의 fan에 영역·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이 붙어 팬덤(fandom)이라는 합성어가 생겼다. 특정 인물이나 분야, 취미에 열성적으로 몰입한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팬덤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대중음악. 미국의 엘비스 프레슬리와 마이클 잭슨, 영국의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는 자국을 넘어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영국과의 전쟁, 군부 독재의 통제 때문에 롤링 스톤스의 음악이 금지됐던 아르헨티나에서는 ‘롤링가’라는 열성 팬 클럽이 자생적으로 생겼고, 결국 이들의 성화에 1995년 50세가 넘은 롤링 스톤스 멤버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팬덤은 빛과 함께 그늘도 갖고 있어,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은 뉴욕에서 열혈 팬이었던 마크 채프먼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도 팬덤은 다양하게 형성, 발전돼가고 있다. 역시 대중문화 팬덤이 두드러진데, 1960∼1970년대 남진·나훈아, 신성일·엄앵란 시절의 막연한 동경(憧憬)을 넘어 1980년대에는 팬들이 조직화된다. 조용필의 팬들이 그룹명 ‘위대한 탄생’을 그대로 따서 팬 모임을 만들었고, 1990년대에는 이문세의 ‘마구간’, 신해철의 ‘철기군’, 서태지의 ‘태지매니아’, 문희준의 ‘주니스트’ 등이 이어졌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아이돌 팬덤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됐고, 마침내 방탄소년단(BTS)의 ‘아미’라는 전 세계적인 팬클럽까지 생겼다.

팬덤 현상은 정치권으로 전이됐는데, 2002년 결성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2004년 탄생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대표적이다. 정치 팬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어졌다. 대중문화 팬덤과 함께 변해 문 대통령의 팬덤은 짤방과 굿스, 지하철 광고까지 영역을 넓혔다.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집권과 친문 세력의 공고화에는 기여했지만, 4·15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에 영향력이 커지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렬 지지자들이 친문 공천에만 몰입해 오히려 중도 유권자들이 떠나게 만든다는 것. 문재인 팬덤이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이도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