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판사 “文 하야해야”
글 삭제했지만 파장 확산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을 둘러싸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의 고발이 이어지고, ‘하야(下野)’ ‘탄핵(彈劾)’과 같은 수위 높은 발언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한변은 이날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인 선거에 국정책임자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공범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선거공작 혐의는 중대한 헌법유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변은 또 “대통령에 대해서 불소추 특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이 선거 개입이라는 점,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수사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통합당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현직 법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에서 파장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야권은 당장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거론하면서 “청와대가 (선거개입의)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앞서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국정 수반으로서 본인의 헌법 수호 의지와 능력이 그 정도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직을 하야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사법부 현직 부장판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하야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장판사는 또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 앞에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한 개인을 놓아둔 셈”이라며 “이는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조작 사건의 1심 재판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피해자로 지목되는 등 진보적인 성향의 판사로 알려졌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기도 하다. 김 부장판사는 문제가 확대되자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