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1호기 원전 폐쇄와 관련된 감사(監査) 결과 발표를 또 연기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30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의혹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국회법에 따라 3개월 이내에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2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최대한 늦춰도 2월 말이 시한이다.

그런데 최재형 감사원장은 “2월 말 시한 내에 발표하기 어렵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최 원장의 발표를 수긍할 수 없다. 우선,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겠다는 선언이다. 국회법에 처벌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한 초과는 엄연한 불법이다. 만약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이례적 단독 회동’ 다음날 그런 발표를 한 것은 더욱 의혹을 증폭시킨다. 최 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적극 행정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는데, 정 총리와의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이라고 한다. 한수원의 조기 폐쇄 결정을 ‘적극 행정’ 차원에서 해석하겠다는 취지로도 비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둘러싼 쟁점은 명확하고, 근거들도 대부분 나와 있다. 감사에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경제성 조사, 회계법인의 보고서, 억지로 조정된 수치를 대입해도 가동 연장이 이득이라는 내용 등은 상당수 공개됐다. 자료 제출 미비 등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그런 자료와 이사회 회의록 등을 확보하지 못한 정도로 감사원이 무능하진 않다. 탈원전에 불리한 감사 결과를 숨기거나 조작하고, 발표를 4월 총선 뒤로 미루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감사원도 가세한 조직적 직무유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