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한국에서도 더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질병관리본부는 19일 “확진 환자가 오전 9시 기준으로 15명이 추가돼 모두 46명”이라며 15명 중에서 13명은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이고, 그 가운데 11명은 31번 환자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질본이 18일 “최근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고,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던 61세의 대구 거주 31번 환자가 첫 슈퍼 전파자인 셈이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가 지난 16일 확진된 29번·30번 부부 환자에 이어 3명째 나온 것은 지역사회 감염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감염의 전국화 양상에 비상한 대응이 시급하다.

31번 환자는 가벼운 교통사고로 대구의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한 지난 7일부터 오한, 8일부터는 인후통 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10일엔 고열 증세로 의사로부터 신종 코로나 검사를 거듭 권유받았지만, 거절한 채 병원을 벗어나 교회, 호텔 뷔페식당, 예식장 등을 돌아다녔다. 그가 17일 격리되기 전에 접촉한 사람들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얼마나 많은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것은 방역에 숭숭 뚫린 구멍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대한의사협회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우리 사회 어디에서든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와 있다”며 “불특정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은 실패했다”고 단정한 이유도 달리 없다.

질본은 “어디서 병을 얻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남의 일 말하듯이 할 때가 아니다. 원인 불명 폐렴 환자 전원의 격리·검사, 의심 환자 검사의 의원급 병원까지 확대 검토 등 미봉책에 그쳐서도 안 된다. 방역 체계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입국(入國) 금지 대상 지역부터 중국 전역으로 당장 확대해야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격리도 기숙사 수용 능력부터 턱없이 부족한 각 대학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의사협회 촉구대로, 현재 ‘경계’인 감염병 위기경보의 단계도 ‘심각’으로 높여 민·관(民官)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다”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언도 빈말이 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