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요즘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이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경제·사법·교육 등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특히 안보 자해(自害)가 막장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 전략가 플라비우스 베제티우스 레나투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면서 9·19 군사합의를 체결해 이제 한·미 연합훈련도, 휴전선 정찰비행도, 서해 해병부대의 포사격 훈련도 모두 못 하게 됐다. 그동안 전방 2개 사단을 해체하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탱크 방호벽과 해안 철조망을 제거하고 한강 하구 해도를 넘겨줘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대공 보안 태세도 완전히 무력화(無力化)하고 있다.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북한 간첩 신영복과 6·25 전범 김원봉을 칭송해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 안보의식은 완전 실종 상태가 돼 가고 있다. 간첩과 불순세력을 색출할 공안기관들도 완전히 무력화됐다. 국가정보원의 기조실장, 북한정보실장, 국정원장특보 자리는 좌파로 알려진 외부 인사들로 채워졌고, 대공수사 부서는 개점휴업 상태다. 병역 기피자가 운영하는 군인권센터의 허위 폭로를 근거로 국군기무사령부를 하루아침에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신설하면서 베테랑 요원들을 대부분 퇴출시켜 버렸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은 칭송 행사가 수없이 벌어져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죄)는 아예 적용하지도 않아 완전히 사문화(死文化)됐다.

지난주 발표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보면서 문 정부의 안보 체제 허물기가 얼마나 집요한지 새삼 느낀다. 공수처설립준비단과 검경수사권조정후속추진단 설치 계획 끝자락에 국정원 대공수사 기능의 경찰 이관과 국내 정보 수집 기능 삭제를 끼워 넣어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추진하다 반대 여론이 커 보류해 온 대공수사 기능의 경찰 이관 이유를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과 견제·균형을 위한 것이라 했는데, 경찰과 국정원에 분산돼 있는 대공수사 기능을 경찰에 통합시키는 게 무슨 권한 분산이고 견제·균형인지 모르겠다. 수사기능이 약해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도 헛말에 불과하다.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 정보와 수사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국정원과는 달리 해외 조직도 없고 타국에서의 정보·수사 활동이 불법화돼 있는 경찰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이 경찰로 이관되면 국정원이 지난 60년간 축적해온 노하우, 파일 및 전문요원을 보안 문제 때문에 전혀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보면 국정원 수사권 이관은 ‘개혁’을 구실로 국가안보 체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문 정부 들어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생겨나니 입에 담기도 두려운 흉흉한 소문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기습공격에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느니, 국정원 수사권 박탈은 간첩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느니, 탈원전은 우리의 핵무장 능력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라느니, 무역 분쟁을 이유로 안보 자해적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김일성의 ‘갓끈 전략’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등 어이없는 얘기까지 나온다. 참으로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다. 이제는 이런 황당한 얘기들이 나오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각별히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