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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기자의 여행]

텅 빈 백사장·무채색의 갯벌… ‘별것 없는’ 섬이 주는 특별함

박경일 기자 | 2020-01-31 10:12

충남 보령의 원산도는 지난 연말 안면도와 연륙교가 놓여 육지가 됐다. 원산도에서 가장 낭만적인 해변인 오봉산해수욕장에서 본 해넘이 모습.  해수욕장 끝의 선착장에서 나들이 나온 한 가족이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빛을 보고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섬이 삽시도다. 해는 삽시도 너머로 진다. 충남 보령의 원산도는 지난 연말 안면도와 연륙교가 놓여 육지가 됐다. 원산도에서 가장 낭만적인 해변인 오봉산해수욕장에서 본 해넘이 모습. 해수욕장 끝의 선착장에서 나들이 나온 한 가족이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빛을 보고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섬이 삽시도다. 해는 삽시도 너머로 진다.


■ 안면도-원산도-대천항 ‘겨울 비움여행’

지난달 개통한 다리 건너면 ‘육지가 된 섬’ 원산도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오봉산해수욕장의 낙조에 ‘탄성’

갯벌 위 건물이 통째로 탑… 크고 작은 공덕 가득한 안면암
바다에 비친 소나무와 주황빛 노을이 멋지게 어우러진 운여해변
내년 해저터널 완공되면 대천항까지 ‘환상코스’ 완성
천수만 끼고 해안선 따라 올라가면 제철맞은 굴구이·굴찜도


지난 연말, 충남 태안의 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에서 보령시 오천면의 섬 원산도로 건너가는 ‘원산안면대교’가 개통했습니다. 착공 9년여 만에 다리는 완공됐지만, 다리의 이쪽 끝 태안군과 저쪽 끝 보령시가 다리 이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개통식조차 열리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태안이 주장했던 솔빛대교든, 보령이 내세웠던 원산대교든, 결국 중재에 나선 충남도의 결정에 따른 원산안면대교든, 다리 이름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새로 놓인 다리는 원산도까지 길을 잇지만, 내년 말에 원산도에서 보령의 대천항으로 이어지는 해저터널이 완공되고 나면 안면도에서 원산도를 딛고 대천해수욕장이 있는 보령까지 10분 안쪽에 건너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간 길로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안면도 여행이 안면도에서 원산도를 딛고 대천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안면도로 가서 다리를 건너 원산도로, 그리고 아직 놓이지 않은 원산도∼대천항의 해저터널 구간은 여객선을 타고 건너가 봤습니다. 대천항에서부터는 보령의 해안선을 따라 북상합니다. 천수만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도는 ‘환상(環狀)코스’의 여정입니다. 아마 해저터널이 완공되는 내년 말이면 안면도를, 그리고 대천을 모두 그렇게 다니게 되겠지요. 바다를 건너는 다리는 길을 바꾸고, 바뀐 길은 여행의 방식까지 바꿉니다. 그렇게 달라지게 될 여행을 미리 가 봤습니다.


# 섬, 길에 제 몸을 다 내주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서 보령의 대천으로 길을 잇는다면, 원산도는 여정의 중간쯤이지만 육지가 된 섬 원산도 얘기부터 시작하자. 원산안면대교가 놓이면서 육지가 된 섬. 원산도는 다리가 놓이기 전에 안면도의 영목항이 아니라 보령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갔다. 안면도와는 1.8㎞.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지만, 대천항에서 여객선이 오고 간 건 원산도의 행정구역이 안면도가 있는 태안군이 아니라, 대천항이 있는 보령시였기 때문이다. 원산도에서 대천항까지는 11㎞. 한참 더 멀지만 원산도 주민들은 시장도, 관공서도 모두 보령으로 다녔다.

다리로 연결돼 육지가 된 섬이니 뭔가 비밀스러운 봉인이라도 해제된 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원산도에는 사실 이렇다 할 풍경이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실망스러울 정도다. 넓은 백사장을 가진 몇 개의 해수욕장이 원산도 남쪽에 있고 그 해수욕장이 서해안에서는 드문 남향 해수욕장이긴 하지만, 안면도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수욕장에 견줘 특별하게 비교우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나마 섬으로 남아 있을 때 원산도의 해수욕장들은 고즈넉한 분위기라도 품고 있었는데, 그것도 다리가 놓인 뒤에는 옛날얘기가 됐다. 결론은 다리로 금세 건너갈 수 있다고 해도, 단지 해수욕장이 목적지라면 구태여 안면도에서 원산도로 건너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안면도의 이름난 해변의 정취가 원산도 해수욕장보다 낫다.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안면도를 잇는 다리는 완공됐지만, 대천항으로 이어지는 해저터널 공사는 아직 한창인 데다 갖가지 기반시설 공사와 펜션 건설의 삽질로 곳곳이 파헤쳐져 원산도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대천항을 오가는 여객선이 닿는 원산도 저두선착장 앞 작은 가게에서 우럭을 손질하고 있던 섬 주민 편준석(75) 씨는 “섬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섬은 ‘표정’이 없어 보였다. 다리를 놓으면서 통째로 무표정한 ‘길’이 된 듯했다. 원산도가 다리 건너 찾아가는 목적지나 주민들이 사는 섬마을이 아니라, 마치 다리의 교각 하나처럼 쓰인 것 같다고나 할까.

다리를 건설하면서 새로 놓은 길은, 섬의 규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고 넓어 섬의 경관을 흐트러뜨렸다. 원산도의 마을은 대부분 섬의 북쪽에 있고, 해수욕장은 남쪽에 있다. 두 지역을 가르듯 섬의 중간을 원산안면대교를 건너온 3∼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관통했다. 이 도로만 벗어나면 비포장길이거나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농로다. 이런 길을 해저터널 공사에 동원된 거대한 트럭이나 레미콘 차량이 수시로 으르렁거리며 지나다니며 연신 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 관광버스 끊이지 않는 원산도해수욕장

섬 안에서 가장 크고 좋은, 그래서 섬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에는 섬 지명을 붙이게 마련이다. 원산도해수욕장도 그렇다. 우선 원산도에서 가장 긴 2㎞ 남짓의 해변을 갖고 있다. 해변 정중앙에는 선착장을 덧대놓은 바위섬과 같은 지형이 있고 거기까지 길이 이어져 있다. 길 끝에서 바다를 향해 마주 서면 양쪽으로 백사장이 펼쳐진다. 좀 더 넓어 보이는 오른쪽을 섬사람들은 ‘원산도해수욕장’이라 불렀고, 왼쪽은 ‘원산도 옆 해변’이라고 불렀다.

원산도해수욕장은 광활한 백사장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숙박업소나 캠핑장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상점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부실하다. 다리를 놓으면서 새로 만든 주차장에 들여놓은 것 빼고는, 해수욕장에 화장실조차 없다. 이유가 있다. 원산도해수욕장 전체가 도유지와 국유지로 관리돼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편의시설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잘 지켜온 원산도해수욕장은 그러나 다리가 놓이면서 섬 개발의 한복판이 됐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 자리쯤에는 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선다. 오는 2024년까지 180억 원을 들여 짓는 해양치유센터에는 머드테라피실과 뷰티케어실, 소금동굴 등이 들어간다. 그 전에 원산도해수욕장 인근 산에 100억 원을 들여 자연휴양림을 조성한다. 오래 아껴 놨던 원산도해수욕장의 상전벽해는 이제 시간문제다.

관광객은 끊임없이 다리를 건너서 ‘폭격 맞은 듯한’ 원산도로 들어왔다. 육지가 된 섬에 대한 관광객의 호기심 때문이리라. 원산도로 들어온 관광버스며 승용차들은 원산도해수욕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안내표지판은 없지만 새로 놓은 말끔한 도로와 끊긴 길이 거기까지 차들을 자연스럽게 안내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자 주차장 주변에는 노점이 하나둘 들어섰다. 섬사람들은 주차장 한쪽에 좌판을 깔거나 소형 트럭을 세워놓고 굴비를 팔기 시작했다. 원산도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조기잡이로 흥청거렸다. 하필 굴비인 것을 보면 그걸 생각했으리라. 상인들은 좌판 옆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즉석에서 굴비를 구워 ‘맛보기’로 내주기도 했다. 노릇노릇 구워진 굴비는 연탄불 위에서 제법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이쯤에서 고쳐 쓴다. 원산도의 최고 해수욕장은 원산도해수욕장이 아니라, 오봉산해수욕장이다. 적어도 연륙교가 놓인 뒤부터 원산도해수욕장에서 공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봉산해수욕장은 아직 조용하다. 원산안면대교 개통 이후, 원산도해수욕장에 행락객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오봉산해수욕장의 적요함은 훨씬 더 돋보인다. ‘오봉산’이란 해수욕장 이름은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해안선을 감싸고 있어 붙여진 것이다. 원산도해수욕장보다 백사장 폭은 500m쯤 좁고,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는 거리도 절반 정도다. 오봉산해수욕장에서 아늑한 맛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오봉산해수욕장은 썰물 때면 드러나는 갯가의 기암도 볼 만하고, 백사장 뒤쪽으로 솔숲도 제법이다. 여기다가 좀 낡은 듯한 펜션과 민박집들이 빚어내는 한적함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오봉산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보는 낙조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원산도는 서해의 섬이지만, 해수욕장이 모두 남향이라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 풍경을 마주 볼 수 없다. 하지만 오봉산해수욕장에서는 삽시도의 이마 뒤쪽으로 해가 제법 장엄하게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별것 없는 섬을 찾아가는 이유

원산도 주민들은 간절하게 육지가 되는 꿈을 꾸었겠지만, 막상 육지가 되고 난 지금 섬사람들은 행복할까. 원산도에서 가장 번화했다는 선촌선착장에서 그물을 깁던 할아버지에게 ‘다리가 놓인 뒤에 달라진 일’에 대해 묻자 “사흘 전쯤 대문 앞에서 종일 캐온 굴을 까던 할머니의 바구니를 저녁밥 먹으러 집에 들어간 사이에 누군가 집어갔다”고 했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할아버지는 “그다음으로 달라질 것은 아마 교통사고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리가 놓인 뒤부터 차들이 줄지어 마을로 들어오는 통에 차가 거의 없던 섬 생활에 익숙한 노인들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원산도 곳곳에는 원산안면대교 개통을 축하하는 다양한 현수막이 나붙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띈 현수막이 두 개다. 하나는 육지에서 내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섬 안에서 내건 것이다. 먼저 육지 쪽에서 내건 현수막 얘기부터. 안면도의 한 병원이 섬 곳곳에 ‘원산·안면대교 개통 축하’ 현수막을 써 붙였다. 명목은 ‘축하’지만, 현수막에 당뇨병이며 고혈압 등 진료 질병명을 장황하게 적어 놓은 것을 보면 ‘광고’의 속내가 엿보인다. 태안의 한 정육점이 써 붙인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다리가 놓이면서 원산도 주민에게는 소비자 역할만 주어진 셈이다.

그런데 딱 하나. 원산도 안에서 내건 현수막이 있었다. 섬사람이, 섬 바깥사람을 소비자로 보고 내건 유일한 광고 현수막이다. 그 주인공은 원산도 선촌항의 자그마한 중국집.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탕수육, 짜장면, 짬뽕 등의 대표 메뉴를 현수막에 적어 놨다. 섬에서만 나는 해산물로 차려 낸 식당이라면 모를까, 누가 여기 섬까지 와서 짜장면을 먹는다는 걸까.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이거야말로 기발하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가. 원산도로 들어오기 위해 거치는 안면도에는 얼마나 많은 식당이 있는가. 게국지, 꽃게장, 연포탕…. 비슷한 음식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그래도 10년 넘게 영업해온 섬마을의 유일한 중국집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점심 무렵 중국집은 섬사람만으로도 빈자리가 없었다. 국물이 흥건한 짜장면을 내왔는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무랄 데 없는 맛이었다.

원산도 여행의 매력도 이 중국집과 비슷하지 않을까. 섬의 중국집보다 더 맛있는 식당이 육지에 얼마든지 있듯이, 더 근사하고 훌륭한 관광지와 명소가 안면도에 있다. 그럼에도 ‘별것 없는’ 원산도를 찾아가 보길 권하는 건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투박한 섬의 풍경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섬 안의 유일한 중국집이나 굴비를 파는 좌판처럼 말이다.

# 원산도가 잇는 땅 안면도와 보령

이제 원산도에서 나와 안면도로 되돌아가 보자. 겨울, 안면도의 바다는 적요하다. 철 지난 바다의 텅 빈 백사장과 무채색의 갯벌. 겨울 서해안의 이런 풍경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겨울 서해안으로의 여행은 좀처럼 들뜨지 않는다. 시선을 붙잡는 것도 없고, 꼭 해야 할 것도 없다. 공간과 시간이 비워져서 그럴까. 겨울 안면도 여행은, 동행한 이들과의 이해를 깊게 한다. 겨울 서해안 여행이 가진 뜻밖의 효능이다. 상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더 이해하고 싶다면 겨울 서해안, 그중에서도 안면도로의 여행을 권한다.

겨울에 정취가 더해지는 안면도의 명소 중 하나가 안면암이다. 안면암에서 봐야 할 것은 절집 안의 탑과 절집 바깥의 갯벌이다. 불가에서는 탑을 세우는 공덕을 귀하게 여긴다. 돌 몇 개의 탑만으로도 업장을 녹이고 공덕을 이룬다고 했다. 안면암에는 크고 작은 탑이 수십 기에 달한다. 석가탑이나 다보탑을 모방한 탑이 있는가 하면 갯벌 위에 세워진 탑도 있고, 절집 건물 하나가 통째로 탑으로 세워진 것도 있다. 지금도 경내에는 7층 ‘지장대원탑’이 거대한 건물처럼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되도록 이른 아침에 한 해의 기원과 함께 찾아가면 좋겠다.

썰물 때 지층과 습곡이 드러나는 거대한 갯바위와 백사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두여해수욕장 남쪽의 ‘두여전망대’, 그리고 소나무를 일렬로 심은 방파제 한쪽이 무너지면서 밀물 때마다 방파제 안으로 물이 들어와 낙조 때 바다에 비친 소나무와 주황빛 노을이 어우러지는 운여해변은 겨울 아닌 다른 계절의 안면도 여행에서도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원산도에서 내년 말이면 해저터널로 이어지게 될 대천항을, 여객선을 타고 건너가 보는 여정도 추천한다. 원산도에서 대천항까지는 하루 세 번 신한고속훼리호가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20분 남짓. 원산도 선촌항과 저두항에서 이 배를 탈 수 있다. 대천항으로 건너간 뒤에는 천수만을 끼고 해안선을 따라 북상하면서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 묘와 갈매못성지, 오천항, 충청수영성, 충청수영성 해안경관 전망대 등을 차례로 들를 수 있다. 이렇게 길을 잡는다면 여정의 마지막을 보령 천북굴단지에서 제철을 맞은 굴구이나 굴찜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 ‘맛’따라 가는 서해안

안면도에 가면 맛봐야 할 게 ‘꽃게장’이다. 태안 안면읍 승언리의 ‘일송꽃게장백반’(041-674-0777)이 간장게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꽃지해변에서 가깝다. ‘꽃지꽃게집’(041-674-1105)의 게장 맛도 알아준다. 이즈음 안면도를 찾는 이들은 꽃게장보다 게국지를 더 찾는다. 식도락 TV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안면도의 게국지를 호들갑스럽게 소개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탓이 크다. 보통 게장을 내는 집에서 게국지도 내는데 기대만큼의 맛은 아니다. ‘바다꽃게장’(041-674-5197)은 짜지 않고 달큼한 꽃게장으로 알려진 곳. 안면도가 아니라 태안읍에 있는데, 게장 맛 하나를 위해 기꺼이 거기까지 갈 수 있다. 태안까지 갔다면 바다꽃게장과 우럭젓국, 우럭찜을 내는 태안등기소 앞의 ‘토담집’(041-674-4561)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원산도에서는 맛집이라고 할 만한 식당이 없다. 모두 관광객이나 외지인이 아니라 섬사람들이 가는 밥집이다. 돼지짜글이와 두부찌개에 삼겹살과 소머리 곰탕까지 내는 ‘원산도 명가식당’(041-934-6788)도 그렇고, 딱 여덟 가지 메뉴만을 내는 중국음식점 ‘태원각’(041-935-0046)도 그렇다. 어떤 때는 이런 소박한 밥집이 요란하고 화려한 관광지 식당보다 낫게 느껴지기도 한다.

안면도에서 원산도로, 원산도에서 다시 보령으로 이은 전체 여정을 통틀어 꼭 맛봐야 될 음식이라면 단연 ‘굴’이다. 그런데 올해 서해안에서 굴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 지난해 태풍이 잦았던 데다 해거리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30% 정도 줄었고, 출하되는 굴도 실하지 않다. 보령 천북면 장은리에는 굴구이와 굴찜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는 ‘천북굴단지’가 있다. 같은 굴단지 식당 중에서도 대로 쪽보다 후미진 뒤쪽의 식당들이 더 친절하고 인심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굴찜에다 슬쩍 가리비 몇 개 더 얹어 내주는 천북굴단지 1동 3호 ‘재봉이네 굴집’(041-641-7514)이 바로 그런 곳이다.

■ 연륙교 작명법

연륙교가 놓이면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는 섬의 이름을 따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안면도에서 원산도로 이어진 다리는 ‘원산대교’가 돼야 옳다. 이게 보령시와 원산도 주민들의 주장이다. 반면 태안군과 안면도 주민은 태안과 보령을 아우르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맞섰다. 갈등이 격화되자 충남도가 나서서 지은 이름이 ‘원산안면대교’다. 태안도, 보령도 다 반발했으니 공평한 이름인 듯하다.

태안·보령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충남 태안 안면도의 절집 안면암 앞에 펼쳐진 갯벌. 경내에 수십 기에 달하는 탑을 세운 안면암은 갯벌 위에도 상승감이 돋보이는 7층 탑을 세워놨다. 충남 보령의 보령방조제 뒤쪽의 산자락을 다듬어 만든 ‘충청수영성 해안경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충청수영성과 오천항 주위에 정박한 선박의 모습. 백사장에 설치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대천해수욕장의 스카이바이크. 충남 보령 천북면 학성리의 맨삽지 앞에 세워놓은 공룡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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