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8 검찰 지휘부 대학살’에 이어 23일 현 정권의 범죄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차장검사 전원(全員)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국·유재수·송철호 사건 수사의 핵심 실무를 담당하는 차장급 검사들을 보임 6개월 만에 여러 곳으로 좌천시켰고, 대학살의 수혜자로 등장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겨냥해 “네가 검사냐”고 했던 검사도 지방으로 보냈다. ‘형사 피의자’인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측이 검증하고, ‘친문(親文) 정치 검찰’ 지휘부가 수사·기소 방해도 넘어 노골적으로 틀어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법치(法治) 파괴의 극치다.

보복 인사는 이미 예고된 것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실질적인 국정 최고 책임기관인 청와대의 일탈이다. 이번 인사의 검증을 맡은 최 비서관은 피의자 신분인데도 수차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대통령을 대변해야 하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의 이름으로 ‘심부름 브리핑’까지 했다. 윤 수석은 22일 실명 보도를 전제로 한 공식 브리핑을 자처해 “최 비서관이 범죄와 연루된 것처럼 묘사해서 보도되고 있다”면서 최 비서관의 입장을 대신 전달했다.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자신이 근무했던 변호사 사무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 최 비서관은 윤 수석의 입을 통해 “실제 인턴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작 수사” 입장을 밝혔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은 최 비서관이 참고인 신분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업무방해의 피의자 신분으로 세 차례나 등기우편으로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서를 보냈고 본인이 수령했다고 확인한 만큼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금방 밝혀질 것이다. 최 비서관의 검사 인사 검증은 ‘이해충돌’에 해당되고, 윤 수석이 대신 나서서 해명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은 물론 공·사 구분도 못 하는 기막힌 행태다. 최 비서관은 본인 혐의를 해명하려면 청와대 밖에서 개인 변호인을 통해서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사 인사 전날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묵살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23일 간신히 기소는 이루어졌다. 청와대는 검사들에게 “이석기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했다. 이미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난 사건에 대해 검사 입장을 묻는 것 역시 ‘직권남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