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적대적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기업들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고통을 호소해온 기업에 대법원발(發) 통상임금 부담까지 가중됐기 때문이다. 고정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는 업종의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때 실제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중부고속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연장·야간 근로시간의 50%를 가산해 통상임금을 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연장근로 1시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 가산율(1.5배)을 고려해 1.5시간으로 산정했는데, 8년 만에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연장근로로 받는 임금은 1.5배 그대로인데, 시간 산정만 줄이면 시간당 통상임금은 올라간다. 시간당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과 퇴직금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근로자에겐 유리하지만 기업 부담은 확 늘어난다. 이번 판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어지는 대법원의 ‘친(親)노동 일변도의 판결’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8명이 문 대통령이 임명했고, ‘특정 성향’ 편중 현상도 뚜렷하다. 이러다 보니 문 정부의 ‘반(反)기업·시장 친노조’ 기조가 대법원 판결로도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들 입장에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통상임금 1차 충격’에 이어 이번 판결이 ‘2차 충격’을 부를 것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

‘근로자 권익보호’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를 고용해 임금을 주는 기업의 현실과 수용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지난해 파산한 법인이 사상 최고인데, 이번엔 시간급 통상임금 판결까지 뒤집혔으니 기업 비명은 더 커지게 됐다. 기업이 망하거나 해외로 탈출하면, 그 피해는 결국 근로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