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부 강경파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외무상에 기용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외교 경험이 전혀 없다시피 한 군 출신이 외교사령탑을 맡았다면, 그 자체로 여러 의미가 있다. 최근 권력을 ‘당’ 중심으로 개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무상에 인민군 대좌 출신을 앉힌 것을 보면 군 중심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내부 사정이 다시 ‘선군’으로 가야 할 만큼 복잡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더 강한 메시지임은 분명하다. 리선권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 중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을 했고,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지각했을 때에는 “시계가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다”고도 했다. 그런 안하무인 인물을 외교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군부에 의지해 핵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당 전원회의 후 대외적으론 충격적인 실제 행동과 새 전략무기 등을 언급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론을 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 개별관광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기세다. 여당에서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향해 “조선 총독” 등 반미(反美) 감정을 부추기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를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문 정권은 해리스 대사 때리기로 동맹 갈등을 자초하지 말고 북핵 폐기에 집중하며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 미국이 루스벨트호 항모 전단까지 급파했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문 정부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