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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서 국민에게 가장 큰 실망을 준 사람을 꼽는다면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정책실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4년 넘게 국민경제비서관 등으로 일하면서 주택 등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사회정책비서관 시절이던 2006년 11월 성공회대 특강에서 “현재까지의 성적표로 본다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청와대 사회수석에 임명됐을 때, 많은 사람이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4년 이상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면서 실패해본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장을 직시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만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8·2 대책’ ‘9·13 대책’ 등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다. 그러나 거듭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급등했고,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실패한 부동산 정책 담당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청와대를 떠났다.

진보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을 도외시한 채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대출 규제 강화 등 각종 규제 정책으로 시장을 핍박할 생각만 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이 코너에 몰리자 사회주의적인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5일 라디오에 나와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정 지역에,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한다는 발상도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등을 위한 극히 예외적인 재화도 아니고 부동산처럼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재화의 매매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허가하는 나라는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가 아니다. 스탈린 치하의 옛 소련에서나 가능할 법한 사회주의·공산주의적인 발상이다. 한국이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국내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부동산 매매를 허가하는 나라에서 외국 자본은 몰수하지 않는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던 김 전 실장마저 떠나고, 강 수석 같은 비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신년사)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한 극언(極言)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반(反)시장적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고, 정권마저 잃은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