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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前 한국조세연구원장

2016~2018 稅收 10%씩 증가
전산 고도화 따른 영향 컸지만
지난해부터 세수 감소로 선회

정부는 국채 발행으로 버티기
재정 투입은 성장에 집중하고
정부부채 급증 막을 장치 필요

2016∼2018년에 연평균 10%씩 증가하던 국세 세수(稅收)가 2019년에는 1% 감소한 것으로 예측되고, 2020년 예산에서도 전년에 비해 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편성됐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2020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그리고 이후 연도에서는 각각 3.9%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긴급 상황에 대응했던 2009년도에 해당 수치가 3.6%였음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 재정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빠르게 늘어나던 국세 세수가 감소세로 전환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요인과 세계적 경기침체, 그리고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 등에 따른 법인세 부진과 함께 부가가치세의 지방 이양 확대와 증권거래세율 인하 등 제도적 요인들도 한몫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세무행정 시스템의 개선에 따른 과표 양성화 효과다. 국세청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전산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과세표준 양성화 수준은 급속도로 향상돼 왔다. 예를 들어, 종합소득 신고자의 사업소득 신고율은 2014년 72.9%이던 것이 2017년에 91.6%까지 빠르게 상승했고, 면세자 비율도 종합소득 신고자의 경우 2014년 18.2%에서 2017년 11.7%, 근로소득자의 경우 48.1%에서 41%로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제 운영의 특성상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는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이러한 과표 양성화 효과가 최근의 세수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추정된다. 동시에, 세수가 정체하고 있는 최근의 동향은 이러한 국세행정 시스템의 고도화에 따른 세원 확대 효과가 일정 부분 마무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적 측면에서 그동안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출범 당시에는 2016년의 초과 세수분과 당년도의 세수 예상 증가분 등을 이용해 국채 발행 없이도 10조 원이 넘는 추경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고, 2018년에도 2017년의 결산잉여금을 사용해 고용 위기에 대응하는 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9년의 추경예산에서는 미세먼지 저감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등 재정 압박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조세부담률 수준을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19%대에서, 그리고 국민부담률은 27% 내외를 유지하는 반면 국가채무는 2019년 37% 수준에서 2023년에는 46%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세수가 정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과 고용 및 사회안전망의 적극적인 확충 등을 위해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는 지출 수요 충당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우리가 직면한 큰 과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은 일시적이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정말로 필요한 부문으로 타기팅된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덜 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재정이 가계나 기업의 역할을 계속 대신할 수는 없으며, 이들 부문에서 활발한 혁신과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지출 구조조정과 동시에 사회보장 수준을 강화함으로써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의 혁신과 성장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정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수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재원 조달 측면에서 조세와 국채 발행의 적절한 조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언급한 것처럼 정부는 향후 추가적인 재정 지출 수요의 거의 전체를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물론 국민 입장에서는 조세부담률 수준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한 측면도 있지만, 가계부채에 이어 정부부채까지도 지나치게 빠르게 늘지 않도록 면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