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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술을 만났을 때

기사입력 | 2020-01-10 14:43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21세기 예술은 디지털 현실주의
언제 어디서든지 일상이 예술로

문학·미술·음악 경계 사라지고
장르 뒤섞인 예술이 미래 열어

최고의 협업자 AI, 탐험 나서
새로운 모험자 즐겁게 환영을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AI가 예술을 만났을 때, 일상은 예술이 된다. 일상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확장현실처럼 새로운 현실을 제안한다. 그 현실은 각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경험하는 실재다. 21세기의 예술을 ‘디지털 현실주의’로 명명해 본다. 5G가 상용화하면, 디지털 예술이 전 세계에서 시간 차이 없이 리얼타임으로 전 세계 곳곳을 풍미할 것이다.

한국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나 AI 국가 전략은 반드시 예술과 문화가 한 축을 이뤄야 한다. 교육 열정이 강하고, 속도를 즐기는 한국인은 21세기 AI에 최적화돼 있다. 그런데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 등골을 스친다. AI가 인간의 지능에 기반하는 한 공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AI와 관련된 국제학회와 전시에 참석할 때마다 눈빛의 섬광을 본다. 202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의 주제는 ‘센션스(Sentience)’, 즉 ‘느낌’이다. AI는 사람처럼 생각하도록 지능의 원칙 또는 패턴을 기계에 학습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다. 인간은 본래 이성과 감성이 복합된 존재여서, AI의 학습 대상은 감정 패턴이나 느낌 패턴까지 확장된다.

국제전시를 보면 AI와 문화예술의 결합은 다양한 기관이 한국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AI에 문화예술이 활약해야 한다. 미국의 구글 AI 프로젝트에 이미 예술가가 참여했다. AI 유럽의 과학예술을 핵심 거점으로 아르스일렉트로니카는 2017년 페스티벌 주제가 AI였다. 중국 국가박물관은 2019년에 칭화(淸華)대와 함께 AI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러면 AI와 예술이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다원 예술이다. 고전적인 예술의 분류인 문학·미술·음악·공연 등의 경계가 없어지고, 여러 장르가 다양하게 뒤섞인 예술이 미래를 연다. 20세기는 미술관·공연장과 같은 미술 제도가 예술을 정의했다면, 21세기 디지털시대는 언제 어디든지 일상을 예술로 만든다.

지금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매일 AI 피아노 콘서트가 열린다.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팀의 AI 피아노와 터키 노스 비주얼스의 디지털 매핑(mapping)을 협업으로 하는 AI 피아노 콘서트다. 딥스페이스(deep space) 뮤직으로 음악, 디지털 매핑 등으로 공간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예술이다. 관객은 누워서도 콘서트를 보고, 앉아서도 보고, 딥스페이스라는 디지털 예술의 시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AI 음악을 들으면서 디지털 매핑 속에 즐겁게 뛰논다.

조만간 일상에서 AI 음악가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내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스타일로 연주해 줄 것이다. AI 음악가는 나의 취향은 물론이고, 그날의 기분에 맞춰서 음악을 연주할 것이다. AI는 적재적소에 맞게 작곡한 음악과 디지털 매핑으로 언제 어느 공간이든 딥스페이스 뮤직홀이 몰입의 즐거움을 주고, 5G를 이용해 전 세계 동시 AI 음악 콘서트가 시차 없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열릴 것이다.

시각예술인 미술은 디지털시대 빅데이터의 총아다. 프랑스 파리의 구글문화센터는 생라자르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행운이 느껴져요(I am feeling lucky)’라는 입구의 작은 문패부터 즐겁다. 구글문화센터가 예술의 도시 파리에 큐레이터, 아티스트, 디자이너, 교육자 등이 기술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랩을 만든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구글 아트앤드컬처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플랫폼에 600만 점 이상의 미술 이미지를 소개하고 있다.

AI에게 미술 이미지 빅데이터는 양질의 자양분이다. 미국의 주요 미술관은 소장품의 고화질 이미지와 데이터를 대량으로 공유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를 실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CC0(Creative Common Zero)’, 즉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의 이미지는 상업적이든 비상업적이든 별도의 허가 없이 사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의 내셔널 갤러리가 유수의 작품 이미지를 허가 신청도 필요 없고, 요금도 내지 않으며,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방과 공유 정책은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줬다.

이미 AI는 미술관 소장품의 이미지를 학습해 새로운 미술 작품을 만든다. 서양 미술을 이상과 모방의 기본 구조에서 보면 AI는 모방의 마스터가 된다. 렘브란트풍, 고흐풍 등 얼마든지 유명 작가의 화풍을 학습해 적용할 수 있다. 2018년 AI가 그린 인물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뉴욕 크리스티 미술경매에서 43만2500달러에 낙찰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19년 도나 루의 ‘AI가 몇 분 만에 명작을 창작한다’는 논문 제목처럼 AI의 학습과 성과 산출의 속도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AI 저작권이 화두인 시대다.

최근에 만난 터키 출신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은 ‘무한의 방’에서 7개의 알고리즘으로 무한 확대되는 방을 전 세계 40여 곳에 설치하기도 하고, 서울라이트에서 서울 사진의 빅데이터를 사용해 디지털 매핑을 아름답게 해냈다. 그와 컬로퀴엄(colloquium)에서 만난 자리에서 국가기록원과 AI로 협업해 예술로 만들어 낸다면 정말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에게 데이터는 각종 물감이다. 놀라운 일이다.

AI는 예술과 최고의 협업자다. 시대의 모험자는 새로움을 탐험한다. 21세기는 새로운 모험자를 환영하는 시대 전환기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즐거운 결단이 남아 있다.

‘딥스페이스 뮤직’.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팀 AI와 노스 비주얼스의 디지털 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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