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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혁신은 사회적 가치 향상 기여
정부 주도와 재정 만능에 빠진
관료·정치인이 혁신 최대 장벽

혁신 없이 기업가 이윤은 없고
이윤이 없으면 성장도 없다는
슘페터 혜안에 눈 돌려야 할 때

승차 공유 앱 ‘타다’는 혁신적인가?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반면 소비자들은 긍정적이다. 넷플릭스는? 관료와 정치인들은 인터넷에 비디오 가게를 차린 것뿐이라고 평가절하할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뉴욕 증시에서 2019년 말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주가가 41.8배 늘어나 상승률 1위의 영광을 차지할 정도다. 지금 전 세계 미디어 업계 중 8위다. 아이폰은? 전화와 PC를 합친 게 뭔 대수냐고 하겠지만, 제조사 애플의 시가총액은 코스피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 앱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전화 주문을 받는 것뿐인데 뭔 대수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최근 4조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들 모두 혁신의 주인공들이다.

그럼 혁신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새로운 재화 혹은 새로운 품질의 생산, 새로운 생산방법의 도입, 새로운 조직의 구현’이라고 정의한다.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혁신의 주인공인 개인이나 기업들은 세금 한 푼 쓰지 않고도 오로지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효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타다’나 ‘배달의 민족’이 혁신일 수 없다는 관료와 정치인 중에 혹시 4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람이 있었나. 그들의 주된 관심은 오로지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을 어떻게 배분할지 혹은 어떻게 나눠 먹을지에 관한 것뿐이다. 툭하면 쓸 돈이 모자란다면서 어떻게 하면 증세에 성공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그러면서 이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케인스 이론’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가르침은 이렇다. 만일 불충분한 수요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면 그 해독제는 좀 더 많은 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용감하게 나서는 것이 정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각국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한다며 재정 확대를 밀어붙인 것이 비근한 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 후 가는 곳마다 재정 지출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신탁(神託)을 남발하는 중이다. 케인스 이론에서는 이렇듯 정부 관리나 정치인들이 무대의 주인공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전형적이다.

이러는 와중에 우리는 모두 케인스 이론에서 불경기 때의 재정 적자는 허용된다는 한 부분만을 받아들이고, 호경기 때 재정 흑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흑자가 나는 때조차 써야 할 곳이 너무 많다며 국채 발행에 여념이 없다. 덕분에 나라 곳간은 비축 식량이 아니라 차용 증서들로 가득 차 버렸다.

슘페터는 다른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는 경기침체를 수요의 문제라기보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냉수 샤워’쯤으로 인식한다. 침체와 불황에서의 탈출 또한 혁신을 이끄는 전사들이 새로운 사고와 모험을 통해 포위망을 뚫고 활로를 열어가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여기서의 전사는 다름 아닌 기업가다.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슘페터는 한마디로 ‘기업가의 혁신(이노베이션)’이라고 답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비약과 정체의 시기, 넘쳐나는 희망과 쓰라린 환멸이 순환하고 교차하는 곳이다. 비록 새로운 것이 낡은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더라도 발전은 결코 연속적이지 않다. 스티브 잡스가 전화기와 PC를 한 손 안에 욱여넣는 순간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도약이 펼쳐지는 것이다. 슘페터는 이를 “우편 마차 숫자를 아무리 늘린다 한들 결코 철도를 얻을 수 없다”고 비유한다.

슘페터의 가르침에 따르면 새로운 혁신 없이 기업가의 이윤이 없으며, 기업가의 이윤 없이는 경제 성장도 없다. 그것이 경제 발전의 숨겨진 경로다. 결국 핵심은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가다. 침체에 빠진 경제의 돌파구를 찾자면 기업가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위험을 감내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찾아 나서는 기업가의 횃불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그의 혜안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 때다. 그럼에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혁신을 죽이는 자칭 ‘혁신의 주역’들로 가득하다. “새해에는 특히 경제의 혁신에 더 힘을 쏟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인사회 발언이야말로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