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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北제재 앞장서야 할 때다

기사입력 | 2019-12-13 11:57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 前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최근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북한은 입만 열면 연말 시한을 들먹이며 미국이 생각을 고쳐 자신들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재미없을 거라고 협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내세우며 ‘북한이 적대적 행동을 하면 놀랄 것’이라며, 그 경우 북한은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북한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놀라라고 했는데 놀라지 않으면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즉각 응수했다. 북한의 태도는 빈말이 아니라 기어코 일을 저지르겠다는 듯이 보인다.

지난 11일 미국의 요구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켈리 크래프트 미 대사는 북한이 협상에 나오면 미국이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고 당근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도발을 하면 안보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같은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고,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한국의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한다. 이런 동상이몽으론 북한을 못 당한다.

2016∼2017년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에 대응해서 안보리가 채택한 5개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거의 모든 외화 수입원을 끊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정유제품 수입을 대폭 제한하는 획기적인 제재 레짐을 탄생시켰다. 그러자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18년 2억1000만 달러로 전년(16억5000만 달러) 대비 88%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북한의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브 레터’를 주고받고, 북한의 도발에 눈을 감으면서 대북 제재는 구멍이 여기저기 뚫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북한이 불법 해상환적 등을 통해 밀수한 정유제품 양이 제재 한도의 7배인 350만 배럴이라는 유엔 보고가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이 연말을 전후해 어떤 도발을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고, 새로운 중거리미사일을 일본열도 위로 날려 보내거나, 신형 엔진을 장착한 ICBM을 전보다 더 높은 고도까지 쏴 올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리 결의의 중대한 위반이며 안보리의 추가 제재 대상이다. 2017년 12월 22일 채택된 결의 제2397호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시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하며, ICBM이나 이에 도움이 되는 미사일 체계(인공위성) 발사 시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명제는 틀린 것이 없다. 우리 국민과 전 세계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정부의 주도로 시작돼 미국이 끌고 온 비핵화 협상은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으며, 오히려 북한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협박을 일삼는 기형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응해 비핵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가는 방법은 전면적인 대북 제재 압박 레짐의 복원이다. 잃어버린 레버리지를 되찾아야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고 올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힘을 얻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으며 우리도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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