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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늘려 놓고 고용 개선이라는 억지

기사입력 | 2019-12-13 11:56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9년 11월 고용동향’에서 올 11월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3만1000명이 늘어난 2751만5000명, 고용률은 0.3%포인트 증가한 61.7%, 그리고 실업률은 0.1%포인트 감소한 3.1%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부터 시작된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의 뚜렷한 개선세가 11월에도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용 현황에 대한 부총리의 긍정적 진단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서 언급하는 취업자란 ‘조사 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를 포함한다. 그래서 주당 1시간 일한 사람이나 주당 52시간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취업자로 분류돼 취업의 질을 제대로 알려 주지 못한다. 시간대별로 보면 지난 11월 주당 1∼17시간 근로자가 전년 동월에 비해 38만6000명이 늘었다. 그 반면 주당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8만9000명이 줄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에 의한 단시간 일자리는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 산업별로는, 가장 비중이 큰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2만6000명이나 줄었다. 또, 한창 일해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할 연령대인 40대의 고용률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진 78.4%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팽창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계속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긴커녕 부동산 시장의 거품만 키우고 있으며, 일자리예산을 포함한 선심성 정부 지출의 확대로 인해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서 경제가 성장하고 따라서 일자리도 늘게 될 것이란 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래서 소득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고,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지나친 친(親)노동정책을 폈다. 그 결과 많은 영세 자영업자가 사업을 접고 있으며, 많은 제조업체가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외국인들도 국내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면서 국내의 제대로 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의 고용 사정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달의 고용 상황이 좋아졌다고 홍보하는 것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정책 처방을 그르칠 수 있기에 걱정이다. 지금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기업 규제 때문이다.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노인 일자리가 아닌 민간기업이 만드는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정책 처방으로는 이미 늦었지만, 최저임금을 앞으로 수년간 동결하고 근로시간 감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정책을 채택해야만 한다. 그 밖에도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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